청소년 새책 청소년 예술,문화,체육,만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26 01:18 조회 8,106회 댓글 0건본문
최근에 출간된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서해문집)은 이진아 기념도서관을 '참척의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한 공간'으로 평가했다. 차가운 체온을 지닌 건물에 감정을 담아 분류한 건축 사랑은 뜻 깊었지만, 도시 생활 속에서 함께 산다는 코하우징을 고민한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에 밀려 선정에서 제외되었다. 인지도와 반응이 좋았던 발레리나 강수진의 책을 선정하면서 2004년 출간된 『당신의 발에 입 맞추고 싶습니다』(장광열, 동아일보사)를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라이벌로 살피는 영화의 역사인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는 짝을 이루는 분야는 아니지만 디자인 분야의 『비오는 날 읽는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와 견주어 보면 좋을 것이다. 대개는 그 분야의 책을 복수로 비교하면서 끊임없는 저울질이 계속되는데, 이번 선정에서는 선정된 후에도 짝을 이루는 책들이 많이 눈에 띈다. 2011년 일어난 후쿠오카 원전사고 2주기를 계기로 인류 대재앙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만화들이 많았다. 파스칼 크로시가 그린 『세슘 137』(현실문화)은 다소 실험적인 컷 전환을 통해 주민대학살과 아우슈비츠, 히로시마 원폭투하와 9・11 테러 등 지난 한 세기를 돌아보게 한다. 엠마누엘 르파주의 『체르노빌의 봄』(이미지프레임) 역시 22년간 봄을 잃었던 재앙의 현장을 독특하게 담아낸 무게감 있는 작품이다.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강수진 지음|인플루엔셜|326쪽|2013.01.23|14,000원|중・고등학생|한국|무용
‘강수진의 발’은 누구나 한 번쯤 인터넷에서 사진을 통해 보았을 것이다.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울퉁불퉁하고 마디가 다 굳어진 못생긴 발 말이다. 타고난 몸매와 능력으로 쉽게 주역 자리에 올랐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그녀는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했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악바리처럼 노력했다고 한다. 하루 18시간을 발레하고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게 하루를 보내면 그 다음날은 더 일찍 나가서 연습을 했고, 하루에 수천 번의 동작을 반복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이 아니라 영혼이 아프다고 말했다. 자신의 라이벌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하루하루를 시한부라 생각하고 열심히 현역에서 활동하는 강수진의 삶을 읽고나면, 학생들이 앞으로 자기 삶의 목표를 잡고 노력하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못생긴 발이 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녀만의 훈장이 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보라 전남 담양고 사서교사
나는 왜 감동하는가
조윤범 지음|문학동네|300쪽|2013.02.14|16,000원|고등학생|한국|음악
인생에서 마주치는 시행착오의 과정을 정면 돌파해 낸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이 책에는 현악 4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조윤범 씨가 인생 속에서 만난 다양한 ‘매력적인 것들’과 시행착오를 그만의 방식으로 용감하고 자유롭게 겪어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1부에는 클래식 연주자만이 해줄 수 있는 무대 위와 무대 뒤의 이야기들이 소개돼 있고, 2부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이 장르를 초월해 다양하게 서술돼 있다. 1부가 클래식 음악 연주를 하는 친구라면 궁금해 할 만한, 어찌 보면 사소하고 시시콜콜할 수도 있을 만한 궁금증까지 시원하게 해소해 줄 만하다면, 2부에서는 작가의 자유로운 예술관에 재미있게 빠져들다 나의 취미가 언급되어 공감을 느낄 수도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매력 있는 대화 친구와 갑자기 헤어져버린 듯 섭섭해졌다. 어느 날 문득 작가가 진행한다는 CBS의 FM 방송을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수연 고양 능곡고 국어교사
다르지만 같은 노래 다문화노래단 ‘몽땅 Montant’ 이야기
김희연, 김남훈 지음|호밀밭|188쪽|2012.12.28|14,000원|고등학생|한국|음악, 에세이
쓰는 언어와 자란 환경이 다른 사람들과는 어떻게 소통을 할까? 말은 그렇다 쳐도 관습의 충돌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같은 난관을 이기고 새로운 물줄기를 튼 곳이 다문화 노래단 ‘몽땅’이다. 몽골, 티베트 등 9개 나라에서 온 단원들이 노래로 서로 삶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소개한 이 책은 어엿한 사회적 기업으로서 자리 잡아가는 몽땅의 그간 불편한 문제들을 드러내는 한편, 우리말 ‘있는 대로 죄다’를 뜻하는 ‘몽땅’ 구성원들의 ‘성장기’(記)로서 노래는 이들의 마음을 만져 다른 목소리를 하나의 음으로 만들어나가고, 문화적 네트워크 관계를 넓혀가는 동안 이들이 이룩한 소통의 바른 자세를 느끼도록 돕는다. 프랑스어 ‘오르다’의 뜻을 가진 Montant과 우주는 소통의 창이 되었다. “노래를 통해 만나게 된 것은 자신에 대한 이해였고 타인에 대한 공감이었다.” 생각의 차이는 인정하면서도 ‘색깔’이 다른 것은 왜 인정하려 들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 몽땅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 일이다.
길윤웅 자유기고가
미술탐정 노빈손 마네의 행방을 추적하라
문혜진, 한송이 지음|이우일 그림|뜨인돌|188쪽|2013.02.07|11,000원|중학생|한국|미술
이번엔 노빈손이 19세기 파리에 등장한다. 국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인상파 전시회’ 개막식에 가려던 노빈손은 늘 그렇듯이 1874년 인상파 전시회장에서 정신을 차린다. 그때 전시회장에서는 갑자기 마네가 사라지고 작품들이 없어진다. 이 책은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노빈손이 탐정이 되어 사라진 마네와 그림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입장이 설명되고, 서양미술사에서 인상파의 등장이 갖는 의미도 보여준다.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를 비롯하여 빛의 변화를 연구하고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려 했던 마네, 피사로, 르누아르, 세잔 등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의 특징을 작품으로 쉽게 설명한다. 추리 형식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전체 이야기와 미술사 설명이 따로 구성되어 있어 자칫 이야기만 재미있게 읽고 설명은 그냥 넘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노빈손 시리즈를 읽힐 때마다 아쉬운 부분이다.
진연후 자유기고가
비 오는 날 읽는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
스투디오트레 지음|김소정 옮김|안그라픽스|296쪽|2013.02.28|18,000원|중・고등학생|노르웨이|디자인 역사
‘비 오는 날 읽는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 제목이 길기도 하지만 꽤 흥미롭다. 역사라니 재미없을 것 같은데, 왜 하필 비 오는 날 읽어야 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비 오는 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어린 소년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소년의 할아버지는 답을 찾아주기 위해 아이와 함께 디자인의 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며 독자들을 친절하게 이끌어 간다. 산업혁명 초기 탄생된 타이포그래피로부터 제시카 헬펀드의 디스커버리 채널 웹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그래픽 디자인의 중요한 면면을 빼놓지 않고 재미난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위트 있는 그림체와 줄거리 덕분에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교양서적으로 읽을 수 있다. 직접 오리고 붙이며 배우는 부록이 함께 있을 뿐 아니라 페이지마다 곳곳에 그래픽 디자인과 관련된 퀴즈가 가득해 스스로 찾아 푸는 즐거움이 있어 워크북으로의 기능까지도 충실히 할 만한 책이다.
한민희 자유기고가
예술 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김소영 지음|소울메이트|2013.02.20|380쪽|18,000원|고등학생|한국|예술
예술 감상이라 하면 책표지의 그림처럼 흔히 미술작품 감상 장면이 먼저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무심코 넘긴 책장 속의 내용은 나의 무지함이라는 연못에 파문을 만든다. 왜 몰랐을까? 클래식을 감상할 때엔 장한나의 말처럼 피아노가 물어보고 클라리넷이 대답한다고 상상을 잘해야 비로소 음악이 자신에게 다가온다는 점을. 왜 미처 관심가지지 못했을까? 미술의 역사는 평론가나 학자, 큐레이터가 아니라 돈 많은 컬렉터들에 의해 전개되었다는 점을. 이런 새로운 시선은 예술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보게 해주고, 상세한 설명으로 보다 가까운 시선을 가지게도 해준다. 사실 기존의 예술평론들이 예술가를 옹호하는 편에서 기술하고 있기에 좀 더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했고, 이에 따른 충분한 설명도 필요했다. 그렇기에 예술가와 좀 더 거리를 두고 보고 감상자편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이런 예술비평이 좀 더 가깝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은 후 좀 더 넓은 시선으로 주변의 예술을 접한다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겉으로만 확연히 드러나는 ‘미’에만 집착했는가를 알게 된다. 그것 또한 새로운 깨달음이다.
오유미 광명 운산고 국어교사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소행주, 박종숙 지음|현암사|280쪽|2013.02.22|16,000원|고등학생|한국|건축
삭막한 도시에서 서로 돕고 소통하며 오순도순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길 바라는 이들에게 ‘성미산 마을 공동체’는 학교와 같은 곳이다. 일찍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통해 공동체의 단맛을 경험한 이들은 아이들이 자라며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를 만들었고 생활협동조합과 재활용가게, 유기농 카페·식당 등을 차렸다.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주택 ‘소행주’를 짓고 함께 살면서 우리에게 도시의 주택문제와 이웃 간의 소외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소행주’란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의 약자이다. 주택 마련의 어려움과 육아의 고단함,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단절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소행주’에는 각자의 개성을 살린 독립된 공간 외에 주택에 사는 사람이 모두 모여 생활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이들은 같이 밥을 먹고 어려움을 나누며 소통하는 행복을 누린다. ‘소행주’를 기획하고 설계하고 집을 짓고 함께 살기까지의 세세한 기록이 담긴 이 책을 보며 새로운 꿈을 꿔 본다. 박혜경 국립예술전통고 국어교사
거장의 숨결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E. 카프시스, 캐시 코블렌츠 엮음|김현우 옮김|마음산책|504쪽|2013.03.10|고등학생|미국 영화,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거장의 숨결』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미국의 신화에 대한 탐구이다. 이스트우드를 만나 이뤄진 서구 저널리스트, 비평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이 책은 현대 미국 감독 중 가장 완전한 ‘작가(생애를 통해 주제와 스타일, 세계관에 있어서 범접하기 힘든 개성을 성취한 감독)’로 추앙받는 감독의 안과 밖을 폭넓게 조망한다. 서부극과 범죄형사물의 영웅으로 출발하여 삶에 대한 통찰의 예술가로 이행하는 이스트우드의 편력은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였다. 책의 편제에선 감독으로서의 경력에 초점을 맞추어 연대기 순으로 그 진화의 궤적을 더듬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로 데뷔하여 냉대를 면치 못했던 초기부터 현존하는 최고 예술가로 명성을 얻기까지의 경위를 추적한다. 인터뷰어로 취택된 인물들 역시 프랑스, 영국,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저널리스트들이다. 책을 덮고 나면 영화 안에서 그 자신이 연기한 인물들처럼 세상의 속도와 단절한 채 자기만의 규칙에 따라 하나의 세계를 단련해 온 노인의 지혜를 깨닫게 된다.
장병원 영화평론가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황희연 지음|남무성 그림|오픈하우스|2013.02.26|268쪽|15,800원|중・고등학생|한국|영화
걸출한 그림 실력을 지닌 재즈 전문가와 청춘을 극장에서 보낸 영화 칼럼니스트가 만나 영화 역사를 다룬 만화책이 탄생했다. 재즈 바에서 느긋한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생각난 것 같은 이 기발한 발상은 서로 바쁜 시간을 배려하며 글 먼저, 그림 한 장씩 천천히 완성됐다. 노련한 교수가 이야기하듯이 편안한 호흡과 재치 있는 유머가 오간다. 100년 넘는 역사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 좀 했을 터, 할리우드 초기 시스템, 무성 영화 시대, 거장 감독, SF의 탄생 등 영화사에 획을 그은 중요 인물 두 명의 대결 구도로 소개한다. 기분 내킬 때 부담 없이 펼쳐보는 에피소드 식이다. 미국 중심으로 다루느라 자세히 소개 못한 다른 나라 이야기는 에피소드 끝 번외편이 된다. 잘 추려도 각자 취향에 따라 절대 빠질 수 없는 비화가 무궁무진할 테다. 즐겁게 읽었는데 왠지 모자란 느낌도 든다. 요즘 같이 하루에도 수십 편이 쏟아지는 현대사는 서둘러 매듭지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매체 자체의 쾌감이 느껴진다.
이찬미 인천 삼산도서관 사서
핵충이 나타났다!!
신기활 지음|이미지프레임|144쪽|2013.03.11|7,000원|중학생|한국|만화
때는 A.F(AFTER FIRE)시대. 전면 핵전쟁 발발 후 A.D 시대가 마감되고 핵충의 시대가 열렸다. 핵충, 그들은 이 대륙 저 대륙 돌아다니며 식량, 핵을 찾아다니고, 이끼와 메뚜기 같은 생명체에 위협을 느낀다. 민들레 씨앗에 닿아도, 단백질 냄새에 오염만 되도 생명을 잃고 마는 핵충은 인간과는 정반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철로 요리를 만들고 핵으로 핵광욕을 하며 새로운 정치체제를 설립하고 의학을 발달시키는 모습은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학교 미술교사의 사실적이고 날카로운 그림체는 차갑고 삭막한 A.F 시대를 더욱 체감하게 해준다. 책을 읽다보면 위트 넘치는 내용에 저절로 웃음이 나지만 내재되어 있는 풍자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20여 년 만에 발생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무뎌져가던 핵에 대한 공포와 무지를 상기시켜주었다. 우려하던 핵충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편리함을 위해 위험성을 망각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이 책을 통하여 핵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정현 서울 숙명여중 사서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강수진 지음|인플루엔셜|326쪽|2013.01.23|14,000원|중・고등학생|한국|무용
‘강수진의 발’은 누구나 한 번쯤 인터넷에서 사진을 통해 보았을 것이다.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울퉁불퉁하고 마디가 다 굳어진 못생긴 발 말이다. 타고난 몸매와 능력으로 쉽게 주역 자리에 올랐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그녀는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했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악바리처럼 노력했다고 한다. 하루 18시간을 발레하고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게 하루를 보내면 그 다음날은 더 일찍 나가서 연습을 했고, 하루에 수천 번의 동작을 반복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이 아니라 영혼이 아프다고 말했다. 자신의 라이벌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하루하루를 시한부라 생각하고 열심히 현역에서 활동하는 강수진의 삶을 읽고나면, 학생들이 앞으로 자기 삶의 목표를 잡고 노력하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못생긴 발이 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녀만의 훈장이 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보라 전남 담양고 사서교사
나는 왜 감동하는가
조윤범 지음|문학동네|300쪽|2013.02.14|16,000원|고등학생|한국|음악
인생에서 마주치는 시행착오의 과정을 정면 돌파해 낸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이 책에는 현악 4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조윤범 씨가 인생 속에서 만난 다양한 ‘매력적인 것들’과 시행착오를 그만의 방식으로 용감하고 자유롭게 겪어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1부에는 클래식 연주자만이 해줄 수 있는 무대 위와 무대 뒤의 이야기들이 소개돼 있고, 2부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이 장르를 초월해 다양하게 서술돼 있다. 1부가 클래식 음악 연주를 하는 친구라면 궁금해 할 만한, 어찌 보면 사소하고 시시콜콜할 수도 있을 만한 궁금증까지 시원하게 해소해 줄 만하다면, 2부에서는 작가의 자유로운 예술관에 재미있게 빠져들다 나의 취미가 언급되어 공감을 느낄 수도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매력 있는 대화 친구와 갑자기 헤어져버린 듯 섭섭해졌다. 어느 날 문득 작가가 진행한다는 CBS의 FM 방송을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수연 고양 능곡고 국어교사
다르지만 같은 노래 다문화노래단 ‘몽땅 Montant’ 이야기
김희연, 김남훈 지음|호밀밭|188쪽|2012.12.28|14,000원|고등학생|한국|음악, 에세이
쓰는 언어와 자란 환경이 다른 사람들과는 어떻게 소통을 할까? 말은 그렇다 쳐도 관습의 충돌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같은 난관을 이기고 새로운 물줄기를 튼 곳이 다문화 노래단 ‘몽땅’이다. 몽골, 티베트 등 9개 나라에서 온 단원들이 노래로 서로 삶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소개한 이 책은 어엿한 사회적 기업으로서 자리 잡아가는 몽땅의 그간 불편한 문제들을 드러내는 한편, 우리말 ‘있는 대로 죄다’를 뜻하는 ‘몽땅’ 구성원들의 ‘성장기’(記)로서 노래는 이들의 마음을 만져 다른 목소리를 하나의 음으로 만들어나가고, 문화적 네트워크 관계를 넓혀가는 동안 이들이 이룩한 소통의 바른 자세를 느끼도록 돕는다. 프랑스어 ‘오르다’의 뜻을 가진 Montant과 우주는 소통의 창이 되었다. “노래를 통해 만나게 된 것은 자신에 대한 이해였고 타인에 대한 공감이었다.” 생각의 차이는 인정하면서도 ‘색깔’이 다른 것은 왜 인정하려 들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 몽땅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 일이다.
길윤웅 자유기고가
미술탐정 노빈손 마네의 행방을 추적하라
문혜진, 한송이 지음|이우일 그림|뜨인돌|188쪽|2013.02.07|11,000원|중학생|한국|미술
이번엔 노빈손이 19세기 파리에 등장한다. 국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인상파 전시회’ 개막식에 가려던 노빈손은 늘 그렇듯이 1874년 인상파 전시회장에서 정신을 차린다. 그때 전시회장에서는 갑자기 마네가 사라지고 작품들이 없어진다. 이 책은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노빈손이 탐정이 되어 사라진 마네와 그림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입장이 설명되고, 서양미술사에서 인상파의 등장이 갖는 의미도 보여준다.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를 비롯하여 빛의 변화를 연구하고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려 했던 마네, 피사로, 르누아르, 세잔 등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의 특징을 작품으로 쉽게 설명한다. 추리 형식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전체 이야기와 미술사 설명이 따로 구성되어 있어 자칫 이야기만 재미있게 읽고 설명은 그냥 넘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노빈손 시리즈를 읽힐 때마다 아쉬운 부분이다.
진연후 자유기고가
비 오는 날 읽는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
스투디오트레 지음|김소정 옮김|안그라픽스|296쪽|2013.02.28|18,000원|중・고등학생|노르웨이|디자인 역사
‘비 오는 날 읽는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 제목이 길기도 하지만 꽤 흥미롭다. 역사라니 재미없을 것 같은데, 왜 하필 비 오는 날 읽어야 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비 오는 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어린 소년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소년의 할아버지는 답을 찾아주기 위해 아이와 함께 디자인의 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며 독자들을 친절하게 이끌어 간다. 산업혁명 초기 탄생된 타이포그래피로부터 제시카 헬펀드의 디스커버리 채널 웹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그래픽 디자인의 중요한 면면을 빼놓지 않고 재미난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위트 있는 그림체와 줄거리 덕분에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교양서적으로 읽을 수 있다. 직접 오리고 붙이며 배우는 부록이 함께 있을 뿐 아니라 페이지마다 곳곳에 그래픽 디자인과 관련된 퀴즈가 가득해 스스로 찾아 푸는 즐거움이 있어 워크북으로의 기능까지도 충실히 할 만한 책이다.
한민희 자유기고가
예술 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김소영 지음|소울메이트|2013.02.20|380쪽|18,000원|고등학생|한국|예술
예술 감상이라 하면 책표지의 그림처럼 흔히 미술작품 감상 장면이 먼저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무심코 넘긴 책장 속의 내용은 나의 무지함이라는 연못에 파문을 만든다. 왜 몰랐을까? 클래식을 감상할 때엔 장한나의 말처럼 피아노가 물어보고 클라리넷이 대답한다고 상상을 잘해야 비로소 음악이 자신에게 다가온다는 점을. 왜 미처 관심가지지 못했을까? 미술의 역사는 평론가나 학자, 큐레이터가 아니라 돈 많은 컬렉터들에 의해 전개되었다는 점을. 이런 새로운 시선은 예술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보게 해주고, 상세한 설명으로 보다 가까운 시선을 가지게도 해준다. 사실 기존의 예술평론들이 예술가를 옹호하는 편에서 기술하고 있기에 좀 더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했고, 이에 따른 충분한 설명도 필요했다. 그렇기에 예술가와 좀 더 거리를 두고 보고 감상자편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이런 예술비평이 좀 더 가깝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은 후 좀 더 넓은 시선으로 주변의 예술을 접한다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겉으로만 확연히 드러나는 ‘미’에만 집착했는가를 알게 된다. 그것 또한 새로운 깨달음이다.
오유미 광명 운산고 국어교사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소행주, 박종숙 지음|현암사|280쪽|2013.02.22|16,000원|고등학생|한국|건축
삭막한 도시에서 서로 돕고 소통하며 오순도순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길 바라는 이들에게 ‘성미산 마을 공동체’는 학교와 같은 곳이다. 일찍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통해 공동체의 단맛을 경험한 이들은 아이들이 자라며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를 만들었고 생활협동조합과 재활용가게, 유기농 카페·식당 등을 차렸다.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주택 ‘소행주’를 짓고 함께 살면서 우리에게 도시의 주택문제와 이웃 간의 소외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소행주’란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의 약자이다. 주택 마련의 어려움과 육아의 고단함,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단절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소행주’에는 각자의 개성을 살린 독립된 공간 외에 주택에 사는 사람이 모두 모여 생활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이들은 같이 밥을 먹고 어려움을 나누며 소통하는 행복을 누린다. ‘소행주’를 기획하고 설계하고 집을 짓고 함께 살기까지의 세세한 기록이 담긴 이 책을 보며 새로운 꿈을 꿔 본다. 박혜경 국립예술전통고 국어교사
거장의 숨결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E. 카프시스, 캐시 코블렌츠 엮음|김현우 옮김|마음산책|504쪽|2013.03.10|고등학생|미국 영화,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거장의 숨결』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미국의 신화에 대한 탐구이다. 이스트우드를 만나 이뤄진 서구 저널리스트, 비평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이 책은 현대 미국 감독 중 가장 완전한 ‘작가(생애를 통해 주제와 스타일, 세계관에 있어서 범접하기 힘든 개성을 성취한 감독)’로 추앙받는 감독의 안과 밖을 폭넓게 조망한다. 서부극과 범죄형사물의 영웅으로 출발하여 삶에 대한 통찰의 예술가로 이행하는 이스트우드의 편력은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였다. 책의 편제에선 감독으로서의 경력에 초점을 맞추어 연대기 순으로 그 진화의 궤적을 더듬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로 데뷔하여 냉대를 면치 못했던 초기부터 현존하는 최고 예술가로 명성을 얻기까지의 경위를 추적한다. 인터뷰어로 취택된 인물들 역시 프랑스, 영국,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저널리스트들이다. 책을 덮고 나면 영화 안에서 그 자신이 연기한 인물들처럼 세상의 속도와 단절한 채 자기만의 규칙에 따라 하나의 세계를 단련해 온 노인의 지혜를 깨닫게 된다.
장병원 영화평론가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황희연 지음|남무성 그림|오픈하우스|2013.02.26|268쪽|15,800원|중・고등학생|한국|영화
걸출한 그림 실력을 지닌 재즈 전문가와 청춘을 극장에서 보낸 영화 칼럼니스트가 만나 영화 역사를 다룬 만화책이 탄생했다. 재즈 바에서 느긋한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생각난 것 같은 이 기발한 발상은 서로 바쁜 시간을 배려하며 글 먼저, 그림 한 장씩 천천히 완성됐다. 노련한 교수가 이야기하듯이 편안한 호흡과 재치 있는 유머가 오간다. 100년 넘는 역사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 좀 했을 터, 할리우드 초기 시스템, 무성 영화 시대, 거장 감독, SF의 탄생 등 영화사에 획을 그은 중요 인물 두 명의 대결 구도로 소개한다. 기분 내킬 때 부담 없이 펼쳐보는 에피소드 식이다. 미국 중심으로 다루느라 자세히 소개 못한 다른 나라 이야기는 에피소드 끝 번외편이 된다. 잘 추려도 각자 취향에 따라 절대 빠질 수 없는 비화가 무궁무진할 테다. 즐겁게 읽었는데 왠지 모자란 느낌도 든다. 요즘 같이 하루에도 수십 편이 쏟아지는 현대사는 서둘러 매듭지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매체 자체의 쾌감이 느껴진다.
이찬미 인천 삼산도서관 사서
핵충이 나타났다!!
신기활 지음|이미지프레임|144쪽|2013.03.11|7,000원|중학생|한국|만화
때는 A.F(AFTER FIRE)시대. 전면 핵전쟁 발발 후 A.D 시대가 마감되고 핵충의 시대가 열렸다. 핵충, 그들은 이 대륙 저 대륙 돌아다니며 식량, 핵을 찾아다니고, 이끼와 메뚜기 같은 생명체에 위협을 느낀다. 민들레 씨앗에 닿아도, 단백질 냄새에 오염만 되도 생명을 잃고 마는 핵충은 인간과는 정반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철로 요리를 만들고 핵으로 핵광욕을 하며 새로운 정치체제를 설립하고 의학을 발달시키는 모습은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학교 미술교사의 사실적이고 날카로운 그림체는 차갑고 삭막한 A.F 시대를 더욱 체감하게 해준다. 책을 읽다보면 위트 넘치는 내용에 저절로 웃음이 나지만 내재되어 있는 풍자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20여 년 만에 발생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무뎌져가던 핵에 대한 공포와 무지를 상기시켜주었다. 우려하던 핵충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편리함을 위해 위험성을 망각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이 책을 통하여 핵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정현 서울 숙명여중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