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우리 이대로 통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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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26 00:28 조회 7,131회 댓글 0건본문
예주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뭉게구름이 떠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무채색의 회색 벽돌집’들이 높게 그것도 비스듬히 쌓여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회색 벽돌집들은 이웃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원색의 알록달록한 지붕의 집’들과 대조를 이룬다. 바로 『류명성 통일빵집』의 표지 그림이다. 그림은 책의 주인공인 탈북 청소년들의 힘겨운 남한살이를 상징한다. 여섯 개 단편의 주인공을 만나보면 그들에게 목숨 걸고 남한으로 찾아온 이유가 있었을까 의문이 생길 정도로 이 땅에 사는 그들의 몸과 마음은 멍들대로 멍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은데 학교에서 너무 외롭다.
가끔 복도에서 언니를 만나면 알은체하고 싶은데 언니가 싫어한다.
왕따인 나는 언니에게 해만 되겠지?
언제까지 이렇게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나.
힘들다. 거친 물살의 두만강을 건널 때보다 더.
(『류명성 통일빵집』 중 「빨래_주희와 연숙」편 52쪽)
연숙이 새아빠와 그의 친딸 주희와 한 가족으로 살며 느낀 심정은 이렇다. 겉으로는 씩씩해 보이지만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연숙은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다. 언니 주희는 네 식구의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에 빨래 사건으로 가출까지 한다. 다행히 주희는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앞으로도 네 식구의 삶이 평탄치 않을 것임을 주희가 처음 연숙과 새엄마를 보고 경악하며 했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녀와 같은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있지는 않은지 뜨끔하게 하는 대목이다.
내 삶에 이물질처럼 끼어든 모녀는 놀랍게도 탈북자였다. 내가 북한 사람이랑 한집에 살게 되다니! (『류명성 통일빵집』 중 「빨래_주희와 연숙」편 42쪽)
대부분 북한을 탈출하는 이유는 굶주림 때문이다. 한 끼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는 민중들은 브로커에게 거액을 주고 목숨을 걸고 탈출 감행하는데 도중에 국경수비대에 걸리면 총살을 당하거나 수용소로 보내진다. 두만강을 건넜지만 중국도 안전하지 않다. 끝도 없는 몽골 고비사막을 건너거나 제3국을 통해야 한국으로 올 수 있다.
『마음이 사는 집』은 주인공 철민이가 아빠와 함께 북한을 탈출해서 한국으로 오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철민이는 이밥(흰 쌀밥)을 배터지게 먹게 해주겠다는 아빠의 말을 따라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를 떠나 힘겹게 남한에 왔지만 여전히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생활고에 시달린다. 무엇보다 한글을 몰라서 열일곱 살에 두 살 밑인 중학교 2학년으로 들어간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의 극단을 경험한다. 영양결핍으로 키도 작고 몸도 외소하고, 한글도 모를 정도로 배운 것도 적고, 생소한 북한말과 억양은 입시 경쟁에 찌들어 있는 남한 청소년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그들은 부모도 형제도 버리고 자기 혼자 살려고 넘어온 배신자라고 시도 때도 없이 철민이의 아픈 가슴을 마구 할퀸다. 철민
이의 소원은 오직 백두산이 폭발해 엄마도 국경선을 넘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1987년 김만철 씨 일가 11명이 망명을 신청해 남한으로 입국하던 뉴스를 시작으로 탈북자들에 대한 소식은 점점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져 갔다. 그만큼 탈북자들이 늘었다는 반증이다.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현황을 찾아보면, 2013년 3월까지 대략 25,000명 정도가 남한에 입국했으며 그중 10대는 3,000명 정도나 된다. 그들은 ‘하나원’이란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에서 3개월간 교육을 받고 세상으로 나오지만 얼마 안 되는 정착지원금으로는 먹고 사는 것마저 어렵다. 오히려 남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낸 세금을 축낸다는 미움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이런 걸 보여 줄 시간에 차라리 남쪽에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런 거나 보여 주시라요. 우리한테는 일자리 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새벽 인력시장인가 뭐 그런 데 아이면은 미용기술학원이나 또렉토, 자동차 기술을 배우는 데가 훨씬 도움이 됨다.”(『마음이 사는 집』14쪽)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다룬 연극을 보여주자 기철이라는 아이가 울부짖으며 하는 말이다. 두 책을 통해 그 많은 탈북자들, 특히 탈북 청소년들이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차별과 멸시의 대상인 탈북 청소년들의 많은 수가 남한의 학교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미주처럼 지하철 앵벌이로, 철이 형처럼 자살 같은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현재로선 탈북자를 위한 사회적인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한 남한 사회에서 그들이 스스로 꿋꿋하게 이겨나가길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견디기 힘든 모멸감에 교회에서 간증한 대가로 준 돈도 받지 않으려고 한 철민이가 우연히 발견한 아빠의 모습은 그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남을지 걱정이 앞섰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아빠를 보듬으며 위로하는 철민
이가 그래서 더 대견하고 안심이 된다. 『류명성 통일빵집』에도 연숙이 뿐만 아니라 여러 청소년들이 있다. 북에 두고 온 동생을 데려오겠다는 희망을 안고 오늘도 자신만의 빵을 굽는 명성, 탈북한 동료 애심 언니의 배신으로 모든 돈을 잃었지만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강희, 오뚝이 같이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언제나 밝은 모습인 기철,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유기견인 멍구를 사랑으로 대하는 연미, 털보 아저씨의 도움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상처를 치유하는 은휘 등 두 권의 주인공들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탈북자의 문제를 더 나아가 남북통일까지 생각하게 한다. 이대로 통일을 하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다. 심각한 차별의식은 학교를 벗어나 직장에서도 심각한 왕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구상에 하나 남은 분단국가인 남과 북은 경제수준은 극과 극이며 문화 또한 매우 다르다. 단지 북한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의 대상이 되는 건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탈북 청소년들이 서럽게 울고 있지는 않은지. 그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남한에서 웃으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두 권의 책이 서로를 이해하는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한다.
뭉게구름이 떠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무채색의 회색 벽돌집’들이 높게 그것도 비스듬히 쌓여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회색 벽돌집들은 이웃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원색의 알록달록한 지붕의 집’들과 대조를 이룬다. 바로 『류명성 통일빵집』의 표지 그림이다. 그림은 책의 주인공인 탈북 청소년들의 힘겨운 남한살이를 상징한다. 여섯 개 단편의 주인공을 만나보면 그들에게 목숨 걸고 남한으로 찾아온 이유가 있었을까 의문이 생길 정도로 이 땅에 사는 그들의 몸과 마음은 멍들대로 멍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은데 학교에서 너무 외롭다.
가끔 복도에서 언니를 만나면 알은체하고 싶은데 언니가 싫어한다.
왕따인 나는 언니에게 해만 되겠지?
언제까지 이렇게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나.
힘들다. 거친 물살의 두만강을 건널 때보다 더.
(『류명성 통일빵집』 중 「빨래_주희와 연숙」편 52쪽)
연숙이 새아빠와 그의 친딸 주희와 한 가족으로 살며 느낀 심정은 이렇다. 겉으로는 씩씩해 보이지만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연숙은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다. 언니 주희는 네 식구의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에 빨래 사건으로 가출까지 한다. 다행히 주희는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앞으로도 네 식구의 삶이 평탄치 않을 것임을 주희가 처음 연숙과 새엄마를 보고 경악하며 했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녀와 같은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있지는 않은지 뜨끔하게 하는 대목이다.
내 삶에 이물질처럼 끼어든 모녀는 놀랍게도 탈북자였다. 내가 북한 사람이랑 한집에 살게 되다니! (『류명성 통일빵집』 중 「빨래_주희와 연숙」편 42쪽)
대부분 북한을 탈출하는 이유는 굶주림 때문이다. 한 끼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는 민중들은 브로커에게 거액을 주고 목숨을 걸고 탈출 감행하는데 도중에 국경수비대에 걸리면 총살을 당하거나 수용소로 보내진다. 두만강을 건넜지만 중국도 안전하지 않다. 끝도 없는 몽골 고비사막을 건너거나 제3국을 통해야 한국으로 올 수 있다.
『마음이 사는 집』은 주인공 철민이가 아빠와 함께 북한을 탈출해서 한국으로 오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철민이는 이밥(흰 쌀밥)을 배터지게 먹게 해주겠다는 아빠의 말을 따라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를 떠나 힘겹게 남한에 왔지만 여전히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생활고에 시달린다. 무엇보다 한글을 몰라서 열일곱 살에 두 살 밑인 중학교 2학년으로 들어간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의 극단을 경험한다. 영양결핍으로 키도 작고 몸도 외소하고, 한글도 모를 정도로 배운 것도 적고, 생소한 북한말과 억양은 입시 경쟁에 찌들어 있는 남한 청소년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그들은 부모도 형제도 버리고 자기 혼자 살려고 넘어온 배신자라고 시도 때도 없이 철민이의 아픈 가슴을 마구 할퀸다. 철민
이의 소원은 오직 백두산이 폭발해 엄마도 국경선을 넘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1987년 김만철 씨 일가 11명이 망명을 신청해 남한으로 입국하던 뉴스를 시작으로 탈북자들에 대한 소식은 점점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져 갔다. 그만큼 탈북자들이 늘었다는 반증이다.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현황을 찾아보면, 2013년 3월까지 대략 25,000명 정도가 남한에 입국했으며 그중 10대는 3,000명 정도나 된다. 그들은 ‘하나원’이란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에서 3개월간 교육을 받고 세상으로 나오지만 얼마 안 되는 정착지원금으로는 먹고 사는 것마저 어렵다. 오히려 남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낸 세금을 축낸다는 미움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이런 걸 보여 줄 시간에 차라리 남쪽에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런 거나 보여 주시라요. 우리한테는 일자리 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새벽 인력시장인가 뭐 그런 데 아이면은 미용기술학원이나 또렉토, 자동차 기술을 배우는 데가 훨씬 도움이 됨다.”(『마음이 사는 집』14쪽)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다룬 연극을 보여주자 기철이라는 아이가 울부짖으며 하는 말이다. 두 책을 통해 그 많은 탈북자들, 특히 탈북 청소년들이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차별과 멸시의 대상인 탈북 청소년들의 많은 수가 남한의 학교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미주처럼 지하철 앵벌이로, 철이 형처럼 자살 같은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현재로선 탈북자를 위한 사회적인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한 남한 사회에서 그들이 스스로 꿋꿋하게 이겨나가길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견디기 힘든 모멸감에 교회에서 간증한 대가로 준 돈도 받지 않으려고 한 철민이가 우연히 발견한 아빠의 모습은 그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남을지 걱정이 앞섰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아빠를 보듬으며 위로하는 철민
이가 그래서 더 대견하고 안심이 된다. 『류명성 통일빵집』에도 연숙이 뿐만 아니라 여러 청소년들이 있다. 북에 두고 온 동생을 데려오겠다는 희망을 안고 오늘도 자신만의 빵을 굽는 명성, 탈북한 동료 애심 언니의 배신으로 모든 돈을 잃었지만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강희, 오뚝이 같이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언제나 밝은 모습인 기철,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유기견인 멍구를 사랑으로 대하는 연미, 털보 아저씨의 도움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상처를 치유하는 은휘 등 두 권의 주인공들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탈북자의 문제를 더 나아가 남북통일까지 생각하게 한다. 이대로 통일을 하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다. 심각한 차별의식은 학교를 벗어나 직장에서도 심각한 왕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구상에 하나 남은 분단국가인 남과 북은 경제수준은 극과 극이며 문화 또한 매우 다르다. 단지 북한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의 대상이 되는 건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탈북 청소년들이 서럽게 울고 있지는 않은지. 그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남한에서 웃으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두 권의 책이 서로를 이해하는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