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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조선시대를 읽는 또 하나의 열쇠,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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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30 18:14 조회 8,00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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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고양 서정초 사서

요즘 우리는 먹고 입고 노는 사소한 일상까지 카메라에 담는다. 셋이 모이면 한 명은 꼭 사진을 찍고 있다. 찍자마자 SNS에 올린다. 먼 곳에 있던 누군가가 3초 만에 사진을 보고 웃고 있다. 그리고는 누군가가 답글을 쓴다. 2013년 우리는 이렇게 산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 일면을 보기에 좋은 것이 초상화다. 그들도 우리처럼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사진기가 없던 시절 초상화로 아쉬움을 달랬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었다. 임금마다 어진을 그렸고, 나라에서는 큰 공을 세운 공신에게 공신 칭호와 함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했고, 벼슬이 높아질 때마다 벼슬아치 스스로 기념으로 그리기도 했다. 또, 조선의 선비 우암 송시열 선생처럼 제자들이 많이 따르는 선비는 초상화 초본으로 이곳저곳에서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다른 나라에 비해 조선 사회가 유독 초상화가 많은 이유는 조선이 유교 국가였기 때문이다. 조상들을 사당에 모셔 놓고 제사를 지낼 때 초상화가 필요해서다.
불과 30년 전, 내가 어릴 적 살던 고향집 안방 벽면에도 초상화가 두 점 걸려 있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집에 걸린 부모님의 얼굴과 비슷한 사진이 너무나 의아하여 무엇이냐고 여쭤봤다. 제사지낼 때 쓰려고 미리 그려둔 거란다. 사진인 줄 알았는데 사진이 아니었다. 실물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TV나 영화에 보면 직접 찍은 사진으로 깨끗하게 영정사진을 쓴다. 그런데 왜 그림이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30년 전 비밀이 풀렸다. 초상화를 그려 사당에 모셔두었던 조선의 옛 관습이 그때까지 내려오고 있었음을.

터럭 한 올도 똑같게
인물의 정신까지 담아내


지금도 나의 고향집 안방에는 초상화 두 점이 그 모습 그대로 걸려 있다. 지금 보아도 부모님과 닮았다. 사진만큼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림이 주는 오묘한 감정이 살아있는 듯 보인다. 무명화가의 작품도 이 정도인데, 조선시대 가장 유명한 화가의 초상화는 어떠했을까. 조선시대에 이명기, 임희수, 채용신 등 당대 유명한 초상화가가 있었다. 특히 채용신이 그린 고종 황제의 초상화는 사진과 비교해 봐도 사진보다 더 정확하고, 사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신까지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조선 시대 초상화의 핵심 두 원칙이 터럭 한 올도 똑같이 그리고, 인물의 정신까지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조선 시대 초상화는 똑같이 그렸기에 역사적인 가치가 있고, 정신을 담아냈으니 예술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김홍도도 도화서 화원시절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고 한다. 서직수라는 사람이 당시 유명했던 김홍도와 이명기, 두 도화서 화원에게 초상화를 부탁했는데 작품을 보고는 실망해서 ‘이름 높은 두 화가지만 한 조각의 정신도 그리지 못했다. 안타깝다’라는 글을 초상화 위쪽에 써놓았다. 천하의 김홍도도 쓴소리를 들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정보는 초상화 그림 속에 주인공이 적어놓은 글귀가 그림 밖의 숨은 비밀까지 가르쳐준다는 점이다.

사마귀, 점, 곰보 자국, 검버섯,
간질환을 앓아 유난히 검은 얼굴,
안대를 찬 모습까지

점 하나, 터럭 한 올, 사소한 흉터까지 숨김없이 초상화에 담아낸 덕분에 지금의 우리는 당시 사람들의 얼굴 생김을 보고 토종 한국인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슨 병을 앓았는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곰보 자국은 천연두를 앓았던 흔적이고, 유난히 검은 피부색은 간암을 앓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한쪽 눈에 안대를 낀 초상화도 있었는데, 도원수와 병조판서를 지냈던 장만이다. 그는 이괄의 난을 진압하다 한쪽 눈을 실명했다. 안대를 끼지 않고 그 부분만 가려 그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요즘은 자기 얼굴에 있는 점은 빼고 턱은 깎고 눈은 째는 등 단점을 그냥 두지 않는다. 조선 사회와 지금의 가치관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초상화만으로도 알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달아나기도 바쁜 와중에 조상의 초상화를 땅 속에 숨겨 두었던 <이덕지 초상>처럼 옛사람들은 초상화를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백미는 80여점의 도판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생을 독자로 한 초상화가 실린 책을 몇 권 읽었지만, 이 책이 가장 많은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박물관과 개인소장 작품을 책 중간 중간에 실어 초상화를 이해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자료가 된다.
요즘 학교에서는 전통과 관련하여 조상들의 의·식·주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그림을 따라 그려보고 특징을 기록하는 수업을 한다. 조선 시대 초상화의 특징이 사실성이므로 선비들의 평상복과 관복의 특징을 살펴보는데 초상화가 많이 나와 있는 이 책을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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