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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1-31 06:36 조회 6,25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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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로 골라본 그림책들 중에는 그간 수작을 발표하던 작가들의 책이 꽤 있었다. 하지만 기성 작가들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최근 유독 글자 없이 그림만 있는 그림책 출간이 두드러져 그 중 두 권을 소개한다. 신인작가 이지현의 저력이 기대감을 안겨주는 『수영장』, 이수지의 경쾌하지만 오싹한 느낌도 들게 만드는 『토끼들의 밤』이 그것이다.
『네모 상자 속의 아이들』로 익숙한 지젤 포터가 그려낸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와 유럽에서 온 『오필리아』는 관계 맺기 속에서 말의 중요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에 관한 나름의 고찰이 담겨있어 추천한다.
삶의 과정에 대한 단순하면서도 철학적인 가치를 말해주는 『내가 태어났을 때』와 전복적 인물인 삼촌이 찾아오면서 달라지는 일상의 재미가 신선한 『삼촌이 왔다!』는 꼭 필요한 책이다.
깊게 읽기는 2012년에 타계한 모리스 샌닥의 『범블아디의 생일파티』를 다루었다. 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일생을 되짚어 어린 시절과 화해함으로써 자유롭고 싶었던 샌닥의 내면을 읽을 수 있었다.
올해 9월에 출간되었지만 90년대에 발표되어 이미 각종 도서전과 전시 등을 통해 볼 사람은 다 본 책이라 제외된 책 이슈트반 바녀이의 『줌, 그림 속의 그림』(보물창고)은 책이라는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상상을 초월하는 공감각적 표현으로 볼 때마다 설레는 작품이다. 연작들과 함께 꼭 찾아보기 바란다.
김혜진 일러스트레이터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패트리샤 맥키삭 지음|지젤 포터 그림|마음물꼬 옮김|고래이야기|32쪽|2013.09.10|11,500원|가운데학년
미국|관계, 소통

이 책에는 예쁘게 진실을 말하는 방법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엄마에게 거짓말을 했다가 혼이 난 리비는 이제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실대로만 말하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때마다 친구와 동네 사람에게 질타를 당한다. 혼란에 빠진 리비는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고, ‘사실대로 말하는 것 자체보다 그 사실을 어떻게 이야기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사실대로 말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지만 진실을 말할 때는 때와 방법을 잘 선택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소통의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배경은 유색인종이 많이 사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학교가 무대인지라 칠판에 흰색분필로 아이들이 낙서하듯 쓴 제목이 이채롭고 재미있다. 그림 속 인물들의 얼굴색이나 눈매가 낯설게 보일 수도 있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는 오히려 친근감이 느껴지고 책 구석구석 볼거리도 많다. 상대방 입장에 서서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소통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 책을, 아직 예쁘게 진실을 말하는 방법을 모르는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다. 최영희 서울 장안초 교사


내가 태어났을 때
이자벨 미뇨스 마르띵스 지음|마달레나 마또주 그림|송필환 옮김|북뱅크|25쪽|2013.08.25|11,000원  모든학년|포르투갈|탄생

인간은 누구나 엄마 배 안의 깜깜한 어둠에서 나와, 본 적도 들은 적도 만져 본 적도 없는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새로운 세상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두려움과 설렘을 선물한다. 이 책은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조금씩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너무나 당연하여 무심히 지나쳤던 이 과정을 시각적으로 더욱 쉽고 구체적으로 일깨워준다. 단순한 선과 선명한 원색은 아이들의 감각을 자극한다. 빨강, 초록, 노랑, 하양의 다양한 얼굴색과 머리색 역시 아이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와는 대비적으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검은색은 엄마 배 안의 깜깜한 어둠을 연상시킨다. 여전히 알아가야 할 것이 많은 세상. 그래서 더욱 멋진 세상. 두렵기도 설레기도 한 인생의 출발점에 서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첫 면지에 우뚝 선 큰 생명의 나무가 ‘네가 태어났을 때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지금 얼마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니?’ 하며 당신을 감싸 안아줄 것이다. 박신옥 서울 서교초 교사


삼촌이 왔다
김재희 지음|사계절출판사|40쪽|2013.08.12|11,500원|낮은학년|한국|무질서, 축제

난장판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최고다! 삼촌의 등장은 규범과 질서, 곧 따분한 일상의 세계를 걷어내고, 주인공 재희를 무질서와 일탈, 축제의 공간으로 안내한다. 괴물로 호명되는 삼촌의 요리는 생선과 사탕이 어우러지며, 면도크림의 거품 범벅 속에서 둘은 무아지경으로 행복하다. 소꿉놀이 안에서 둘의 성별은 뒤바뀌고, 일상과 억압의 상징인 학원은 가뿐히 무시된다. 화단의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규칙 역시 둘에겐 통제의 효과를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 밤의 한강변을 질주하는 행위는 이성과 질서를 대변하는 낮의 억압에서 벗어나 어른과 아이, 남과 여의 경계 따윈 잊은 채 축제를 즐기려는 인간 본연의 무의식을 보여준다. 삼촌은 그 어떤 인위적인 경계 안으로도 포섭되지 않고, 한없이 꿈꾸며, 무엇보다 삶을 즐긴다. 방학이 끝나고, 삼촌은 떠났으니 재희는 이제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도래할 일상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니 재희는 삼촌이 남긴 야광별의 세계 속에서 삶을 견디고 즐길 것이기 때문이다. 단정하되 역동적이며, 아주 섬세하되 대범한 그림이 간절히 열정적으로 호소한다. ‘우리 모두에겐 삼촌이 필요해요!’ 박사문 대학강사. 국어국문학


수영장
이지현 지음|이야기꽃|48쪽|2013.09.05|14,800원|한국|모든학년|이미지, 상상

글 없이 그림만으로 서사가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림책의 장점이다. 『수영장』은 글이 없는 그림책이다. 소년이 아무도 없는 잔잔한 수영장 한구석을 바라보고 섰다. 보일 듯 말 듯 물이 움직인다. 이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소란스레 주저 없이 수영장에 뛰어든다. 잔잔함은 사라지고 물은 온통 시끌벅적하다. 물장구 치는 사람들 사이로 작은 움직임도 사라졌다. 망설이던 소년도 가만히 발을 넣고 물 아래로 과감히 헤엄쳐 들어간다. 소년은 무엇을 만나게 될까? 『수영장』은 다른 세상을 만나 뛰어들고 거기서 새로운 만남과 소통, 함께 즐기며 사는 모습들이 따뜻하게 흐르는 이야기다. 시원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부드러운 색연필을 사용한 까닭이다. 선을 위한 재료인 연필과 색연필로 면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공들였을지 짐작되는 그림이다. 이야기가 풍성하게 떠오르는 책이다. 국어 수업은 받아도 문학 수업은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 글 없는 그림책만 모아 읽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김혜진 일러스트레이터


오필리아
잉그리드 슈베르트, 디터 슈베르트 지음|이태영 옮김|걸음동무|32쪽|2013.09.05|11,000원|낮은학년|독일 자기계발

자기가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도 말을 전하다 보면 눈덩이처럼 말에 말을 보태 커지는 경우가 있다. 하마 오필리아가 친구 조페의 배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신음소리를 듣고 시작된 소동은 다른 여러 동물 친구들의 말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조페가 죽었다고까지 커지기에 이른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사실과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려주고 있다. 잉그리드 슈베르트와 디터 슈베르트는 독일 태생으로 부인 잉그리드 슈베르트는 글을, 남편 디터 슈베르트는 그림을 그리는 부부 작가다. 물에 빠져 죽은 햄릿의 아름다운 애인 오필리아가 연상되는 첫 장면이 재미있다. 주인공 하마 ‘오필리아’도 꽃이 핀 숲속 물가에 반쯤 몸을 담그고 있다. 생동감 있고 재치 있는 그림이 환상적이다. 환상적인 첫 장면을 제목으로 연결한 재치 속에 말을 잘 전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았다. 아쉬운 점은 책 끝부분의 ‘긴장이 옮는 모양’이라는 번역투 문장이 어린이들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최영희 서울 장안초 교사


토끼들의 밤
이수지 지음|책읽는곰|30쪽|2013.08.01|11,000원|낮은학년|한국|창작, 환상

어느 뜨거운 여름날, 한적한 길가에 토끼 한 마리가 누워 있다. 더위에 지쳐서 쓰러져 있는 것인지, 사고를 당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곧 어두운 밤이 되고 토끼는 불을 밝히며 가는 아이스크림 트럭을 보고 있다. 갑자기 뛰어든 토끼들 때문에 놀란 트럭기사 아저씨는 급하게 핸들을 튼다. 수많은 토끼들과 대치되어 있는 상황. 하늘 높이 뛰어오르는 토끼. 화면 가득하게 그려진 토끼의 배가 몽롱하다. 우리가 봐오던 귀엽고 예쁜 토끼가 아닌 거친 터치로 갈색 토끼의 야생성을 작가는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움직임이 강한 토끼와 트럭을 표현하기 위해 원근과 방향성을 잘 살렸고 트럭에서 나오는 불빛과 밤의 어둠을 대비시켜 독자를 긴장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트럭운전사의 다양한 표정 변화와 토끼들의 무표정이 대조를 이룬다. 2003년 ‘스위스의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독자에 의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뒷표지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토끼의 표정이 익살스럽다. 전혜진 학교도서관문화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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