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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영화의 의미를 독해하는 키워드로 읽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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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2-28 20:55 조회 6,57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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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원 영화평론가


전직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패션 잡지 에디터를 거친 프리랜서 작가 정윤주가 『영화 속의 방』에서 시도한 것은 삶과 역사, 미의식을 내포한 공간으로서 동서고금의 방을 탐문하는 작업이다. 탐문을 위한 길잡이로 택해진 것은 ‘영화’이다. 권두의 저자 서문에서 첫 번째로 눈길이 간 것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의 전력(前歷)이다.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인지 그는 영화를 볼 때 가구나 벽지, 스탠드 등 영화 속 방의 인테리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영화 속의 방』은 일종의 감성적 공간 연구서이다. 책의 제목에서부터 그것은 서로 다른 세계들이 결합 또는 충돌하는 양상을 보여 주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 세계들이란 ‘영화’와 ‘건축’ 또는 ‘디자인’이다. 따라서 책의 서술 체계를 관장하는 지침 또한 건축과 디자인이다. 책의 편제는 지역별 방의 특성을 고려하여 ‘런던’, ‘파리’, ‘도쿄’, ‘뉴욕┼로스앤젤레스’, ‘북유럽’, ‘서유럽’ 등 6개 챕터로 구성되었다. 각 도시 또는 대륙의 특성에 따른 방의 구조와 형태, 가구의 재질, 색깔, 그들의 배치에 이르기까지 꼼꼼한 지도 그리기가 수행된다. 대관절 방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네 생활사가 펼쳐지는 장소이기 이전에 사람의 감성과 취향, 됨됨이가 은근히 배어 있는 삶의 공간이다.

영화 제작의 범주로 보자면, 방의 인테리어는 ‘프로덕션 디자인’에 속하는 영역이다. 현대 영화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프로덕션 디자인은 공간의 설계와 디자인으로 사건과 스토리, 정서, 주제를 전달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화 속의 방은 허투루 꾸며지는 법이 없다. 방은 작중인물의 거처이자, 그의 성격과 상황, 극의 분위기, 내쳐 장르를 지시하는 기호이다. 이와 같은 인식 하에 저자는 영국식 쌓기(<존 레논 비긴스-노웨어 보이>)와 19세기 빅토리아 양식(<이지버츄>), 19세기 파리의 양식(<벨 아미>), 1950년대 미드 센트리 모던 스타일(<상실의 시대>), 1960–70년대 유럽의 빈티지 스타일(<꼬마 니콜라>)을 가파르게 횡단한다.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에 나오는 다다미방은 다음과 같이 서술된다.

“…다다미에 쓰이는 짚은 줄기가 강하고 단단하며 탄력이 좋은 등심초란 풀로 만든다. 다다미 1장의 무게는 20kg, 두께는 6cm 정도인데 무겁고 두꺼울수록 좋은 상품이다. 크기는 90x180cm의 규격으로 통일되어 있어서 예전에는 다다미의 장 수로 방의 크기를 구분하기도 했다. (후략)”

지역별 방의 특성과 양식에 대한 상당한 해박함을 볼 수 있는 묘사이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감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아니고, 영화는 모델하우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목적이 생활의 편의를 고려하여 아름답게 방을 꾸미는 것에 있다면, 감독은 인물의 성격과 영화의 의미, 분위기, 주제가 드러나도록 그것을 설계한다. 이 책은 영화와 인테리어 디자인의 이와 같은 차이를 깊이 인식하여 영화에서 방의 활용방식과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영화 <타인의 삶>(2006)에서 감청 전문가 비즐러의 집에 대한 묘사와 분석을 들 수 있다. 냉전시대 동독의 경찰인 비즐러는 냉정하고 무미건조한 감시자이다. 무채색의 벽지와 황갈색 패브릭 소파, 짙은 남색 의자가 놓인 2인용 식탁, 겨자 색 양념통 따위로 장식된 비즐러의 집을 통해 저자는 그의 됨됨이와 영화의 테마를 읽어 낸다. 비즐러의 방은 “주인의 성격을 대변하는 동시에 독일 디자인이 가진 국민성, 그 자체”로 의미화되고 있다. 그로부터 저자는 “간단한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고 불필요한 장식을 제하면서도 그 안에서 최대한의 기능을 가지며 가격까지 저렴한 디자인을 표방하는, 독일 물건들이 가진 그 특유의 성질”을 추정해 내고 있다.

『영화 속의 방』은 영화에서 방의 효용에 대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방이 시대와 삶의 반영이며, 영화의 의미를 독해하는 키워드라는 것을 분석을 통해 입증한다. 방이라고는 했지만 부엌과 거실, 작업실, 식당 따위를 끌어안고 있어 책의 실질은 공간에 대한 해부로 기울고 있다. 이 책의 가치는 영화에서 방은 의미를 품은 하나의 기호인 까닭에 누추하고 흉측한 방이라도 얼마든지 훌륭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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