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곤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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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2-03 04:44 조회 6,396회 댓글 2건본문
이수종 서울 상암중 과학교사
곤충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바퀴벌레 같은 종류를 떠올리며 혐오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무당벌레, 잠자리, 반딧불이, 개미 등을 생각하며 어렸을 때 추억을 떠올린다. 이때 곤충은 사랑스러운 존재다. 그래서 곤충 마니아도 생기는 것이다. 이따금 곤충은 인간의 창작으로 의인화되기도 한다. 이런 것 중에 하나가 반딧불이(fireflies)에서 유래되었다는 팜므파탈(femme fatale)이다. 포투리스속(屬) 반딧불이는 다른 종인 포티누스속 암컷이 내는 신호를 흉내 내어 포티누스속 수컷을 유인한다. 그리고는 신호를 따라온 불행한 포티누스속 수컷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지금은 곤충이 우리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잘 실감하지 못하지만 누에고치에서 뽑은 견사로 만든 비단을 즐겨 입었던 사람들은 곤충의 유용함을 잘 알고 있었다. 기원전 2640년, 중국 서능씨 황후가 우연히 누에고치를 뜨거운 차에 빠뜨렸다. 황후가 고치를 꺼내려고 하자 고치는 아주 길고 얇은 실로 풀어져서 양잠 기술이 발달되는 계기가 됐다.
누에고치의 섬유는 섬유성 단백질인 피브로인 두 가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피브로인을 감싸서 한 가락으로 만드는 끈적끈적한 경질 단백질은 세리신이다. 그런데 뜨거운 물에 넣으면 피브로인은 물에 녹지 않고 세리신만 녹기 때문에 견사가 풀리게 된다.
누에나방은 비단 이외에도 인간에게 두 가지 기여를 더 했다. 하나는 프랑스에서 누에가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려 양잠업이 거의 파괴될 상황이 되었을 때, 파스퇴르가 이를 연구하다가 미생물이 사람과 동물에게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두 번째는 독일의 화학자 아돌프 부테난트가 누에나방을 연구하다 성페로몬을 분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발견으로 곤충이 페로몬이라고 부르는 화학물질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지게 된다. 이 페로몬을 농장에서 살충제를 대신하여 사용하면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해충의 짝짓기를 방해하기 위해 성호르몬을 뿌리면 수컷이 암컷을 찾기 어렵게 되어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드는 방식이다.
곤충은 물감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붉은색을 내는 데 사용되는 깍지벌레(흔히 연지벌레라고 부른다)에서 만든 코치닐 색소가 있다. 그 선명한 붉은 빛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며, 스페인은 식민지인 신대륙에서 이 색소를 생산하여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지금도 이 색소는 딸기우유를 만들 때 사용된다.
곤충 중에 인간과 가장 친근한 것은 꿀벌일 것이다. 벌꿀을 채취해서 먹기 시작한 것은 중석기 시대였던 9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성경에서는 낙원을 말할 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솔로몬 왕은 사랑하는 여인을 “나의 신부여! 그대 입술에서 꿀이 흐르고 혓바닥 밑에는 꿀과 젖이 괴었구나!”(아가 4장 11절)라고 로맨틱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꿀벌 이외에 다른 곤충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알지 못한 것 같다. 아내를 맞이하러 가던 삼손은 다음과 같은 일을 겪는다.
“가던 길을 벗어나 죽은 사자가 있는 데로 가서 그 죽은 사자 몸에 벌이 꿀을 쳐 놓은 것을 보았다. 그는 손으로 꿀을 좀 따가지고 길을 가면서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얼마 따다가 부모에게도 대접해 드렸다.”(판관기 14장 8~9절)
여기서 등장하는 곤충은 꿀벌이 아니라 꿀벌과 묘하게 닮은 꽃등에일 것이다. 꽃등에는 죽은 동물의 몸에 알을 낳는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삼손이 먹은 것은 꽃등에의 구더기가 아니었을까? 구더기를 먹는 것은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다. 그런데 꽃등에 구더기를 먹었다는 기록은 없지만, 다른 곤충과 그 애벌레는 지금도 많이 먹고 있다. 누에나방의 유충인 번데기는 누에고치 견사를 만드는 그 소임을 다하고 뜨거운 물에서 장렬하게 죽은 후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그것이 우리가 먹는 번데기다.
이 책에서 하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제목이다. 원제목은 ‘Fireflies, Honey, and Silk’다. 이게 인간이 곤충에 대한 욕망인가? 곤충 인문 에세이를 표방해서 욕망이라는 자연과학과는 안 어울리는 이색적인 단어를 사용했나? 내 생각에는 인간의 불에 대한, 맛있는 음식에 대한 그리고 아름다운 옷에 대한 욕망을 곤충이 구현해주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붙인 것 같다.
곤충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바퀴벌레 같은 종류를 떠올리며 혐오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무당벌레, 잠자리, 반딧불이, 개미 등을 생각하며 어렸을 때 추억을 떠올린다. 이때 곤충은 사랑스러운 존재다. 그래서 곤충 마니아도 생기는 것이다. 이따금 곤충은 인간의 창작으로 의인화되기도 한다. 이런 것 중에 하나가 반딧불이(fireflies)에서 유래되었다는 팜므파탈(femme fatale)이다. 포투리스속(屬) 반딧불이는 다른 종인 포티누스속 암컷이 내는 신호를 흉내 내어 포티누스속 수컷을 유인한다. 그리고는 신호를 따라온 불행한 포티누스속 수컷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지금은 곤충이 우리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잘 실감하지 못하지만 누에고치에서 뽑은 견사로 만든 비단을 즐겨 입었던 사람들은 곤충의 유용함을 잘 알고 있었다. 기원전 2640년, 중국 서능씨 황후가 우연히 누에고치를 뜨거운 차에 빠뜨렸다. 황후가 고치를 꺼내려고 하자 고치는 아주 길고 얇은 실로 풀어져서 양잠 기술이 발달되는 계기가 됐다.
누에고치의 섬유는 섬유성 단백질인 피브로인 두 가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피브로인을 감싸서 한 가락으로 만드는 끈적끈적한 경질 단백질은 세리신이다. 그런데 뜨거운 물에 넣으면 피브로인은 물에 녹지 않고 세리신만 녹기 때문에 견사가 풀리게 된다.
누에나방은 비단 이외에도 인간에게 두 가지 기여를 더 했다. 하나는 프랑스에서 누에가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려 양잠업이 거의 파괴될 상황이 되었을 때, 파스퇴르가 이를 연구하다가 미생물이 사람과 동물에게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두 번째는 독일의 화학자 아돌프 부테난트가 누에나방을 연구하다 성페로몬을 분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발견으로 곤충이 페로몬이라고 부르는 화학물질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지게 된다. 이 페로몬을 농장에서 살충제를 대신하여 사용하면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해충의 짝짓기를 방해하기 위해 성호르몬을 뿌리면 수컷이 암컷을 찾기 어렵게 되어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드는 방식이다.
곤충은 물감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붉은색을 내는 데 사용되는 깍지벌레(흔히 연지벌레라고 부른다)에서 만든 코치닐 색소가 있다. 그 선명한 붉은 빛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며, 스페인은 식민지인 신대륙에서 이 색소를 생산하여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지금도 이 색소는 딸기우유를 만들 때 사용된다.
곤충 중에 인간과 가장 친근한 것은 꿀벌일 것이다. 벌꿀을 채취해서 먹기 시작한 것은 중석기 시대였던 9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성경에서는 낙원을 말할 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솔로몬 왕은 사랑하는 여인을 “나의 신부여! 그대 입술에서 꿀이 흐르고 혓바닥 밑에는 꿀과 젖이 괴었구나!”(아가 4장 11절)라고 로맨틱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꿀벌 이외에 다른 곤충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알지 못한 것 같다. 아내를 맞이하러 가던 삼손은 다음과 같은 일을 겪는다.
“가던 길을 벗어나 죽은 사자가 있는 데로 가서 그 죽은 사자 몸에 벌이 꿀을 쳐 놓은 것을 보았다. 그는 손으로 꿀을 좀 따가지고 길을 가면서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얼마 따다가 부모에게도 대접해 드렸다.”(판관기 14장 8~9절)
여기서 등장하는 곤충은 꿀벌이 아니라 꿀벌과 묘하게 닮은 꽃등에일 것이다. 꽃등에는 죽은 동물의 몸에 알을 낳는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삼손이 먹은 것은 꽃등에의 구더기가 아니었을까? 구더기를 먹는 것은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다. 그런데 꽃등에 구더기를 먹었다는 기록은 없지만, 다른 곤충과 그 애벌레는 지금도 많이 먹고 있다. 누에나방의 유충인 번데기는 누에고치 견사를 만드는 그 소임을 다하고 뜨거운 물에서 장렬하게 죽은 후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그것이 우리가 먹는 번데기다.
이 책에서 하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제목이다. 원제목은 ‘Fireflies, Honey, and Silk’다. 이게 인간이 곤충에 대한 욕망인가? 곤충 인문 에세이를 표방해서 욕망이라는 자연과학과는 안 어울리는 이색적인 단어를 사용했나? 내 생각에는 인간의 불에 대한, 맛있는 음식에 대한 그리고 아름다운 옷에 대한 욕망을 곤충이 구현해주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붙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