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용기 있는 저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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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16 22:02 조회 5,785회 댓글 0건본문
김정숙 서울 전동중 국어교사
『고릴라 이스마엘』은 인간문명이 초래한 전지구적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다른 모든 생명체들과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소설과 논픽션들을 써온 다니엘 퀸의 대표작이다. 집필에만 15년이 걸렸으며 다니엘 퀸은 이 책으로 1991년 터너 미래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인간중심의 역사에 대한 반론이다. 인간이 세계에 속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세계가 인간에 속해 있는 것인가? 저자는 이스마엘의 입을 빌려 현재의 인간 문명이 인간의 이기주의 혹은 환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인간이 생명공동체를 파괴하는 이유가 세계가 인간에게 속해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스마엘의 일갈은 오늘을 사는 우리 땅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영남루의 절경과 아랑의 정절로 이름 높은 경상남도 북동부의 내륙도시 밀양이 송전탑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한전은 밀양에만 76만 5천 볼트의 초고압 송전탑 69개를 세울 예정이라고 한다. 밀양의 송전탑은 일반적인 송전탑이 아니다. 한 지역에 69개나 세운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일반 송전탑보다 5배는 크며 세계 어디에도 이런 규모는 없다. 한전은 대부분의 송전탑을 산 위에 세워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했지만 남의 밭 위에 버젓이 세워진 송전탑과 마을 한가운데를 거쳐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 위를 지나는 송전탑이 이미 세워지고 있다. 이렇게 큰 송전탑이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면 그곳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 강력한 전자파 때문에 소는 송아지를 낳을 수 없고 벌은 꽃을 찾지 못하게 된다. 소도 벌도 살지 못하는 땅에 어떻게 인간이 살겠는가. 결국 밀양은 죽음의 땅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자 이스마엘은 “고릴라가 사라지면, 인간에게 희망이 있을까?”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제자를 떠난다. 고릴라는 송아지일 수도 있고 은어일 수도 있고 벌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나와 상관없어 애써 외면하고픈 일들이 나의 삶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인간이 자연 생태계의 일부임을 기억하고 생명 파괴를 저지하는 움직임에 힘차게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이 사라지면 고릴라에게 희망이 있을까?”라는 말은 세계를 정복해 나간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을 꼬집는 말이다. 인간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이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은 아무 탈 없이 살아갈지도 모른다. 이 책은 개발과 발전의 헛된 믿음에서 벗어나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방식을 배우는 것이 우리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용기 있는 저항이라고 조근조근 가르친다.
밀양에서 땅을 일구며 평생을 살아온 할매, 할배 들은 자식들을 키워낸 고향 땅을 죽음에서 건져내려는 처절한 생존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싸움은 결국 후손을 위한 싸움이다. 신임 부사가 두려움을 이기고 아랑의 원혼을 달랜 것처럼 지금 여기를 사는 용기 있는 우리들이 할매, 할배 들과 함께 죽음의 송전탑을 저지하고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삶의 노래를 부르며 신명나는 어깨춤을 덩실거리는 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