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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평화의 반대말은 전쟁이 아니라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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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16 21:59 조회 11,29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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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문 서울관광고 사서교사
 
 

우리는 평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람들은 평화에 대해 잘 모르고, 별로 관심도 없다. 그냥 막연히 전쟁의 반대 상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나 역시 책의 제목을 보고는 ‘그렇기는 하겠다’고 막연한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평화란 단어는 뭔가 뜬구름 같은 느낌을 가진 말이고, 내 생활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정작 평화가 깨진 상태에서는 전쟁, 폭력, 싸움, 억압 때문에 삶이 망가지고, 목숨까지도 잃게 되면서 그때야 비로소 피부에 와 닿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평화학’이란 생소한 학문을 공부한 저자는 국내 1호 평화학 박사로, 혼자 살 수 없는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청소년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평화의 반대는 무엇일까?’,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해도 될까?’, ‘왜 가난한 사람이 점점 늘어날까?’, ‘기후 변화는 누구의 책임인가’,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른 사람일까?’, ‘성적은 차별의 핑계가 될 수 없다’, ‘평화로워지는 것은 불편해지는 것 아닌가요?’ 이러한 화두로 질문하며 평화에 대한 우리의 상투적이고 막연한 생각들을 하나하나씩 짚어가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가정 폭력, 학교 폭력, 언어폭력, 조직폭력…. 폭력 하면 따라 오는 말들이다. 이런 폭력은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기 때문에 금방 피해가 발생한다. 사회의 구조를 통해 가해지는 간접적인 폭력도 있다. 구조는 사회의 뼈대와 같다. 법, 제도, 규칙, 그리고 그것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기관 등이 사회에서 뼈대 역할을 하는 구조이다. 범죄의 처벌, 사람들 사이의 올바른 관계, 시장에서의 정당한 거래 등이 여러 가지 법, 제도, 규칙에 따라 이뤄진다. (중략) 구조적 폭력은 사람들에게 즉시 피해를 입히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생활에 피해를 주고 때론 생명을 잃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사회는 되도록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법, 제도, 규칙을 바꿔간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사회는 구조적 폭력이 많은 사회다.(24~25쪽)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말로 개인의 무능을 탓하는 것이 별로 이상할 것 없이 여겨지는 우리 사회에는 저가가 이야기하는 구조적인 폭력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성적이 낮으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선생님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성적과 집안의 재력, 능력, 힘의 차이를 통해 서로를 서열화하는 구조적인 폭력에 노출된 채 성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평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힘의 차이를 악용할 때 생기는 것이 폭력이다. 신체적 힘뿐만 아니라, 수입, 나이, 인맥, 사회적 지위, 정보, 국적, 교육 수준 등이 만든 힘의 차이를 이용해 약한 사람에게 교묘하게 가해지는 구조적 폭력이 사회 제도나 법을 만드는 데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욱 무섭고 위험하다.
저자는 책에서 전쟁, 가난, 무책임한 소비, 차별 등 크게 네 가지 폭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힘으로 행사하는 직접적인 폭력은 누구나 금방 알 수 있지만 사회 구조적인 폭력과 문화적인 폭력은 잘 알아채기 어렵고 영향도 심각하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의 마음에 지속적인 고통을 주는 구조적, 문화적 폭력을 제대로 알고 없앨 수 있어야 평화로운 세상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가 가진 폭력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행해지는 어린 아이들의 노동 착취와 불공정한 소비를 통해 이루어지는 폭력에 대해 민감한 시각을 키울 때 우리는 조금 불편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평화로운 삶이 가능해진다. 책을 통해 평화를 알아가고,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일이 어린 시절부터 가능해지면 좋겠다.
이 책은 평화학 박사인 저자가 학생들에게 평화를 알려 주고, 환경 파괴와 차별을 이야기하며 공정한 소비를 통해 가난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알려 주는 좋은 교과서다. 이론에 치중한 내용보다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사례들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 그 상황 이면에 깔린 폭력을 알아챌 수 있게 해 준다. 나 또한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던 일들에서도 사회 구조적인 폭력이 많이 있음을 깨닫게 되어 참으로 반갑고 다행이다.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름’을 놓고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해 힘의 등급을 매기고,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는 폭력을 줄여가는 데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당연하지 않은 평화가 당연해지는 평화로운 시기가 오기를 진정 소망한다. 꼭지의 끝마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은 좋은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있겠다. 아는 것과 생각해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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