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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어두운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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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16 21:55 조회 5,83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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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규 서울 단대부중 국어교사
 
 
“됐어(됐어) 이제 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족해). 이젠 족해(족해) …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 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서태지와 아이들,
<교실 이데아> 가사 중)
 
 
10년 넘게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규율에 복종하는 것을 내면화시키고 동시에 이를 거부하고자 하는 무의식을 가진다고 한다. ‘교육’이란 것이 가지고 있는 당위성과 정당성이 제도 안에 있는 강압과 통제, 폭력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가 발표되었을 때 수많은 청소년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강압적인 교육 환경에 대한 비판과 직설적인 거부가, 자신도 모르게 억눌려 있던 ‘자유’에 대한 욕망을 폭발적인 카타르시스와 함께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헝거 게임』(수잔 콜린스, 북폴리오)을 위시한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을 다룬 청소년 소설의 세계적인 인기를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소설은 일상 속에서 형성된 자발적 복종에 길들여진 학생으로 하여금, 폭력에 부딪치는 상징적 인물의 활약과 저항을 다룬 이야기에 강한 공감을 일으키며 일상에 대한 거부감을 직시하게 하기 때문이다.
『7구역 소년』은 디스토피아적 소설이다. 국내 독자들에게 『코리앤더』(웅진주니어)로 이름을 알린 이 책의 저자 샐리 가드너는 선생님들에게 가르칠 수 없는 학생으로 평가받고, 14살에는 난독증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난독증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편견을 깨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작들의 공통점은 주로 역사적 사실 혹은 동화나 민담의 서사를 차용하여 사회가 제한하는 한계를 뛰어넘는 캐릭터와 주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마더랜드는 주변국과 계속 전쟁을 하며, 권력에 충성하지 않고 국가의 기조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어디론가 보내 버리는 전체주의적 국가이다. 주인공인 스탠디쉬는 마더랜드의 경제와 문화의 중심에서 밀려나 버려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빈민가인 ‘7구역’에 살고 있다. 스탠디쉬의 부모님은 어느 날 이유도 모른 채 사라져 버리고, 할아버지와 사는 스탠디쉬의 이웃집에 헥터의 가족이 이사를 온다. 헥터와 친구가 된 스탠디쉬는 둘만의 공상을 통해 교감하지만 곧 헥터의 가족도 국가에 의해 사라지고 만다. 이는 모두 마더랜드의 선전도구인 ‘달 착륙’과 관련 있는 일이었고 스텐디쉬는 국가의 선전도구인 달 착륙의 허상을 밝히며 저항한다.
『7구역 소년』이 다루고 있는 디스토피아는 청소년 독자들이 열광하는 온라인 게임이나 만화적 배경과 차이가 있다. 이 소설은 1950년대 나치가 승리했다는 것을 가정하여 만든 가상의 국가인 ‘마더랜드’를 배경으로 한다. 50년대에서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 같은 모호한 시대적 배경은 국내 청소년 독자들에게 생소하고 고리타분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실제 경험에 대한 서술과 내면에 대한 서술이 혼재되어 현실과 상상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든 서술은 독해를 쉽지 않게 만들고 몰입도를 저하시킨다.
『7구역 소년』은 여타 청소년 문학이 가진 명확한 메시지나 깨달음과 성장 대신 어두움과 묵직함, 비극적 배경과 명확히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작가와 마찬가지로 난독증을 갖고 있는 주인공 스탠디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과 서사가 갖고 있는 상징성에 있다. 지배자들의 생각과 통제에 의문을 품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은 혀가 잘리고,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 하층민들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며 이익을 얻고, 지배자들의 얼토당토않은 달 착륙 선전에 열광하며 지배자들이 주는 작은 보상에 감사와 감동을 얻는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폐기되어 사라지는 것을 무엇보다 두려워하며 순응을 통해 스스로가 지배층들의 부속품으로 살아가길 원한다. 그 대척점에 스탠디쉬가 있다. 난독증은 글을 읽을 수 없고 많은 지식을 쌓는 데 제한이 있다. 즉 세상에 대해 흐리멍덩하고 희미하게 파악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모습과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달리 득실을 계산하지 않고 우직하게 정의와 용기를 선택하는 스탠디쉬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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