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어린이] <마트로 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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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살림어린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09-30 17:23 조회 14,082회 댓글 0건본문
도서명 : 마트로 가는 아이들
글쓴이 : 박현숙
그린이 : 김병하
발행일 : 2016년 9월 30일
판형 : 152×215mm
제본 : 무선
쪽수 : 200쪽
가격 : 10,000원
분야 : 아동 > 창작동화 > 초등 5~6학년
ISBN : 978-89-522-3464-3 73810
놀 곳도, 갈 곳도 없어 마트로 향하는 아이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바로 지금, 대한민국 아이들의 웃기고도 슬픈 현실
▶ 책 소개
여드름처럼 곪아 버린 현실, 정면으로 마주하다!
우리 이웃의 눅진한 삶이 실감 나게 펼쳐지는 본격 시사 동화
제1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자이자, 현재 한국 아동 출판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 가는 박현숙 작가. 그의 새로운 장편 동화 『마트로 가는 아이들』이 살림어린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신작에서 작가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마트에서 시간을 보내다 일어나는 사건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현실 문제를 특유의 유머 감각과 따뜻한 시선으로 옮겨, 독자로 하여금 눈물짓고 또 웃음 지으며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한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스름한 시간, 마트에 간 작가는 엄마가 퇴근하기를 기다리거나, 집에 가 봤자 반겨 줄 사람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 마트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아이들을 보고 이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아이들은 시식 음식을 먹으며 장난치고 웃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웃을 수 없는 씁쓸한 현실. 이러한 실상을 녹여 낸 『마트로 가는 아이들』에서는 세심하게 보살펴 줄 부모의 부재에다 사춘기까지 겪느라 ‘내 마음 나도 잘 모르는’ 질풍노도의 주인공 풍호, 그리고 삶의 한가운데에서 굳건하게 버티어 갈 뿐 아니라 한발 한발 성장해 나가는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가 선명히 펼쳐진다.
생동하는 캐릭터, 열세 살 풍호와 친구들의 마트 생존기
부모가 모두 떠나고 할머니 손에 자라는 열세 살 풍호. 이마에 빨간 여드름이 돋아나기 시작하면서 주변 모든 것이 신경에 거슬리는 사춘기 아이다. 아빠 역시 풍호 나이에 첫 가출을 시작으로 각종 사고를 치며 할머니 속을 썩였다. 그중 최고의 사고는 바로 풍호의 탄생. 풍호는 학교가 끝나면 할머니가 청소 일을 하는 마트에서 시식 음식을 먹거나 새로 들어온 물건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풍호와 함께하는 친구 ‘조선간장’ 역시 집에 가도 돌봐줄 사람 하나 없고 다른 아이들처럼 중학교 선행 학습을 위해 학원에 갈 형편도 안 된다. 조선간장은 시식 음식을 따로 싸 가서 풍호조차 경악할 정도다. 그런 조선간장 곁에는 조금 모자라지만 늘 당당한 아이 ‘점례’가 졸졸 따라다닌다. 사고뭉치 점례는 각종 특이한 행동뿐 아니라 마트를 뒤집어 놓은 ‘화장실 소동’으로 보안 팀장에게 단단히 찍힌다. 이들 삼인방을 늘 고깝게 바라보던 보안 팀장은 역시 마트에 놀러 오는 아이 ‘북어’에게 이들을 감시하고 관리하게 하는 대표 직책을 준다. 그러던 어느 날 문구류 코너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조선간장’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다. 아무리 없이 산다고 해도 자존심과 의협심마저 없는 건 아니다. 풍호는 기나긴 고민 끝에 문제를 외면하지도, 그저 가볍게 넘기지도 않기로 한다. 무기력에 빠져 다 놓아 버리고 싶어 하는 친구를 설득하고, 갈등 상황을 외면하려는 어른들을 설득한다. 마트가 아니면 풍호와 아이들은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그놈의 ‘돈’ 때문에 여드름처럼 곪아 버린 현실, 조선간장의 누명을 벗기고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는 풍호의 정면 도전이 시작된다.
마트 밖 세상, 반드시 외로운 것만은 아니야!
『마트로 가는 아이들』은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대형 마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맛있는 시식 음식은 가볍게 빈속을 채우기 좋고, 늘 새로운 신상품의 향연에, 여기저기 구경 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모든 게 깔끔하고, 번듯하다. 하지만 그 안에 머무는 저마다의 인생은 열 맞춰 진열된 멀끔한 제품들과는 다르다. 앞서가는 사람이 있으면 뒤처지는 사람이 있고, 넘치는 사람이 있으면 모자라는 사람이 있다. 한편 어디에도 끼지 못해 어중간한 지점에서 방황하는 사람도 있다. 풍호와 할머니처럼 말이다.
“풍호 니가 나중에 혹시 대통령이 되면, 돈 안 버는 자식이 있는 늙은이들에게도 자식이 없는 늙은이들하고 똑같이 돈 주는 법을 좀 만들어라, 잉? 얼굴도 자주 못 보는 아들인디 아들 있다고 나라에서 돈도 안 주잖어.”
나는 대통령 될 마음이 전혀 없는데 할머니는 가끔 이런 말도 한다. 허리가 아주 많이 아파 출근하기 힘들 때 말이다. -본문 중에서
연락 끊긴 아들 내외를 대신해 손자를 키우며 마트 청소로 생계유지 중인 풍호 할머니의 대사는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아등바등 살아남으려는 우리 이웃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도움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현상 유지조차 힘든 현실. 각박한 세상이지만 『마트로 가는 아이들』에 등장하는 이웃들은 서로가 낙오되지 않도록 이끌어 주고 등을 토닥이며 격려한다. 비리를 저지르며 해악을 끼치는 보안 팀장에 대항해, 용기 내어 한목소리로 진실을 이야기한다.
본인은 다 컸다고 생각하지만 어린아이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닌 모호한 경계에 선 아이들. 홀로 서고 싶어 해도 막상 나서야 할 때가 오면 겁나서 숨고 싶은, 아직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다. 혼자 해결하기 힘든 부당한 상황이 닥쳤을 때,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벽에 포기하고 싶을 때, 당찬 자의식의 힘을 보여주는 풍호처럼 독자들도 자신이 처한 환경을 똑바로 바라보고 주변에 도움도 요청해 가면서 외로움에 주저앉지 말길 바란다.
▶ 작가 소개
글 | 박현숙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크게 외쳐!』로 제1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동안 지은 어린이 책으로는 『국경을 넘는 아이들』『도와 달라고 소리쳐!』『수상한 아파트』『수상한 학원』『나는 신라의 화랑이었어』『어느 날 목욕탕에서』『너랑 짝꿍하기 싫어!』『몸짱이 뭐라고』『할머니가 사라졌다』 등 100여 권이 있습니다. 청소년 책으로는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금연학교』『Mr. 박을 찾아주세요』가 있습니다.
그림 | 김병하
전라남도 고흥에서 태어났습니다. 전남대학교 미술교육과와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칠칠단의 비밀』『보리타작 하는 날』『삼식이 뒤로 나가!』『아파트 옆 작은 논』『동네 한 바퀴』『강아지와 염소 새끼』『창세가』『보리밭은 재미있다』『수원화성』 등이 있습니다. 직접 쓰고 그린 책으로는 『고라니 텃밭』『꿈 : 다섯 작가 이야기(공저)』 등이 있습니다.
▶ 줄거리
이마에 빨간 여드름이 돋아나면서 주변 모든 게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한 열세 살 ‘풍호’. 방과 후 마트에서 시식 음식을 먹거나 새로 들어온 물건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일과다. 그러던 어느 날 풍호와 함께하는 단짝 ‘조선간장’이 도난 사건의 누명을 쓰면서 마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는데……. 여드름처럼 곪아 버린 현실, 이에 맞서는 풍호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 차례
열세 살, 여드름이 날 시기 9
네 가지 규칙 23
점례의 등장 36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다 50
요 여드름이 문제라니께! 64
누구 마음대로 대표? 78
주머니 가득 89
도둑으로 몰리다 101
여의주를 문 용이 들어왔다 116
개꿈이었다 130
이제는 말하고 싶어도 소용없어요 145
그런 게 아니라니까! 159
누명은 벗어야 해 171
용띠는 고구마튀김과 두부 부침을 좋아한다 184
▶ 책 속으로
“할미 생각인디, 암만해도 네가 그 뭣이냐, 음, 그려. 사춘기인가 뭔가 그거인 거 같어. 이마빡에 종기가 나는 것만 봐도 알겄어. 네 애비도 딱 네 나이에 이마빡에 그런 종기가 났고 그때부터 온갖 것에 다 참견하고 시비 걸고 사고 치고 말도 징그럽게 안 들었거덩.”
“종기가 아니고 여드름.”
나는 이마를 매만지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려, 여드름.”
“치, 아빠야 지금도 말 잘 듣는 편은 아니지.”
나는 부리나케 운동화를 신었다. 이 말은 안 하는 편이 좋을 뻔했다. 할머니는 아빠 말이 나오면 입에 바퀴가 달린 것처럼 끝도 없이 술술 말한다. 아마 말리지 않으면 2박 3일도 할 거다.
“그렇지. 지금도 말을 안 듣지. 그게 열세 살 때부터인디 말이여…….”
-본문 13~14쪽 중에서
“새로 나온 신제품 만두라는데 나는 저번 만두랑 신제품의 차이를 도통 모르겠어.”
조선간장이 이쑤시개를 들고 만두가 구워지길 기다리며 말했다.
“원래 그래. 내가 마트에서 시식 음식을 먹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야.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신제품이라고 해서 맛이 달라지는 경우는 별로 없어. 그러니까 포장지의 변화를 신제품이라고 보면 되는 거지.”
내 말에 만두를 뒤집던 아줌마가 손을 멈췄다. 그러더니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나를 바라봤다. 팔뚝에 소름이 오소소 돋을 만큼 차가운 눈빛. 여우도 울고 갈 정도였다.
-본문 23~26쪽 중에서
“그런 게 아니라니까 아빠는 자꾸 왜 그러세요?”
조선간장이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다.
“울지 마아.”
점례가 따라 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가슴 중간이 이상했다. 푹푹 쑤시는 것 같기도 하고 따끔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숨을 몰아쉬면 뜨거운 바람이 입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내가 무슨 용가리가 된 것도 아닌데 뜨거운 바람을 뿜어내다니.
-본문 139~140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