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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안신애 글, 그림 | 고래뱃속 펴냄
220㎜×300㎜ | 양장 | 52쪽 | 2016년 10월 24일 | 값 13,000원 | ISBN 978-89-92505-58-1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6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우리의 멋진 하루 뒤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
우리의 멋진 하루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한 가족이 쇼핑몰에 들어갑니다. 쇼핑몰 안에는 비싼 가방과 화려한 옷을 파는 명품점부터 장인이 만든 가구점, 소문난 맛집, 동물들의 신기한 재주를 즐길 수 있는 공연장과 수족관까지 흥미로운 곳들로 넘쳐납니다. 이들은 쇼핑몰 구석구석을 누비며 구매한 물건 사진, 음식 인증샷, 놓치면 아쉬운 세일 정보를 SNS에 올리며 지인들에게 실시간으로 일상을 과시합니다. 그러고는 해질 무렵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쇼핑몰을 나서며 ‘멋진 하루’를 보냈음에 만족하지요. 그런데 이들이 이렇게 멋진 하루를 보내는 장면 뒤로 괴로운 표정의 동물들이 보입니다. 대체 동물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먹고 입고 즐기는 상품들의 숨겨진 진실
<멋진 하루>는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따라가며 우리가 먹고 입고 즐기는 상품들의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대기업 라벨을 달고 깔끔하게 포장된 달걀 뒤에는 햇볕도 들지 않는 작은 철망에서 평생 알만 낳고 살아가는 암탉이 있고, 마트 선반에 보기 좋게 진열된 돼지고기 뒤에는 태어나자마자 마취도 없이 송곳니와 꼬리가 잘린 채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돼지가 있습니다. 또 화려한 조명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화장품 뒤에는 눈을 감을 수 없도록 눈꺼풀이 고정된 채로 안구에 화학 약품이 주입되는 고통을 겪는 토끼가, 대형 쇼윈도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모피 코트 뒤에는 금속 족쇄에 묶여 거꾸로 매달린 채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밍크가 있죠. 이뿐인가요. 신나는 동물 공연 뒤에는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는 원숭이가 있습니다. 믿기 어렵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버젓이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소비가 미덕이 된 사회에서 우리가 별다른 고민 없이 먹고 입고 즐기는 상품들 뒤에는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 받으며 지내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동물보호단체와 유명인 들이 동물 복지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자신의 선택이 동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부분을 고려하는 윤리적 소비의 움직임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고통 받는 동물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
현대식 축산업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축들이 어떻게 길러지고 처리되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점이다.
- 피터 치키
SNS 속 소비사회의 화려함과 비참한 현실의 강렬한 대조
소비사회의 발달은 물질을 지나치게 부각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보이지 않는 진실은 점점 어두운 곳에 감춰지지요. 이러한 현상은 SNS에서도 나타납니다.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입는지,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지가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구별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 명품 가방, 값비싼 장신구, 행복한 모습 등 부러움을 살 만한 증거들을 사진으로 해시태그로 남기며 우회적으로 자신을 과시합니다. 그러고는 댓글과 ‘좋아요’로 소통하지요. 그러나 과연 그 모습들이 진짜일까요? 보이는 것이 전부일까요?
자연과 생명체에 애정 어린 시각을 가지고 있는 안신애 작가는 SNS 속에서 아름답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포장된 가족의 멋진 하루 뒤편에 너무나도 잔인해서 오히려 거짓말 같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서로 엇갈리게 보여 줌으로써 동물들의 권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줍니다. 주인공 가족이 멋진 하루를 보내는 장면은 사진이나 잡지 속 상품 이미지를 오려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소비사회의 화려함을 강조하고, 동물들의 비참한 현실은 차분한 색감으로 건조하고 냉정하게 그렸습니다. 화려한 쇼핑몰에 깔끔하게 진열된 상품과 어두운 배경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동물들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지요.
끔찍하고 불편해서 외면하고 싶지만 꼭 알아야 할 진실. 이 책은 그러나 화려한 허상 뒤에 감춰진 진실을 마주하고, 동물들의 고통과 아픔을 공감하며, 나아가 이들을 생명으로서 존중해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6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글 쓰고 그린이 안신애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고 몽상하는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삶을 꿈꾸며 한겨레 그림책 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상상하고 질문하며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멋진 하루>는 식물과 동물과 사람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고민하며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