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행복을 꿈꾸세요_ <청소년을 위한 진로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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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9-04 11:04 조회 37,603회 댓글 0건본문
『청소년을 위한 진로인문학』 서문
지금부터 행복을 꿈꾸세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합니다. 불행한 삶을 원하는 사람은 없죠. 그렇다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언제일까요? 톨스토이는 “바로 지금 이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청소년 시기를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별로 없을 듯합니다. 늘 공부, 공부, 공부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행복을 꿈꿀 시간조차 없는’ 시간을 견뎌야 하니까요. 그래도 많은 청소년들이 그 힘겨운 시간을 견뎌냅니다. 자신이 바라는 삶, 진짜 행복한 삶을 꿈꾸며 견뎌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바람대로 돌아가지 않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힘들게 버티고 대학을 졸업해도 원하는 일자리는커녕 생계를 해결할 일자리조차 얻기가 어렵습니다. 알량한 시급에 그마저도 착취당하기 일쑤인 비정규직만 기다리고 있어요. 상황이 이런데도 청소년들은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 빼고는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으며 우리 사회가 ‘고학력 엘리트 카르텔’의 사회인 것을 어른도 청소년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부에 매달립니다. 그리고 그 공부는 오로지 그럴싸한 첫 직업, 첫 직장을 얻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청소년들이 살아갈 세상은 예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그러니 이전까지의 판단 기준으로 내 삶을 설계하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청소년 시기에 모든 직업과 일자리를 알 수 없으며 아직 살아보지도 않은 미래의 삶을 가늠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일자리와 새로운 삶이 주어질 미래에 청소년들은 어떻게 삶을 설계하고 꿈을 키워나가야 할까요?
무엇보다 공부와 성적에 모든 것을 걸고 매달리지 않기를 권합니다. 이상하게 들리죠? 입시가 전부인 청소년들에게 공부에 매달리지 말라니… 물론 학생에게는 공부가 우선이고, 공부를 잘해야 원하는 삶에 더 많이 다가갈 수 있는 게 현실이죠. 그러나 지금의 공교육에서 말하는 공부는 교과 공부, 시험 성적에만 매달리는 공부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공부만 하고도 성공할 수 있었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암기와 문제 풀이에만 매달리는 공부로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능력을 기를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공부가 평면적이고 직선적인, 즉 지식과 정보 습득 위주의 공부였다면, 앞으로의 공부는 입체적이고 다양한 방향성을 지닌 것이 되어야 합니다. 지식과 정보의 배경과 구조를 이해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공부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지금의 교육 방향과 어긋나서 점수를 얻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느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런 방식의 입체적인 사고와 이해는 여러분이 공부한 내용을 충실하게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하여 학습의 내용과 결과도 좋아질 것이며, 그렇게 습득한 지식을 두고두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천고마비(天高馬肥)”라고 하면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고 해석하지요. 그건 일차원적이고 평면적인 해석에 불과합니다. 고사성어가 대부분 중국에서 온 점을 고려하면 “하늘이 높은(천고)” 계절인 가을에 곡식을 추수한 뒤 기마족인 북방민족(대표적으로 흉노)의 약탈을 막아야 한다는 ‘유비무환’의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입체적 사고입니다. 청소년 여러분의 공부가 이런 식으로 진화한다면 미래에 필요한 능력인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을 겁니다.
또 ‘집단지성’을 키우는 공부를 하길 바랍니다. 미래에는 혼자만 공부 잘해서 좋은 점수 얻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잘살 수 없습니다. 당장 눈앞의 현실은 긍정적으로 펼쳐질지라도, 시간이 갈수록 다른 이들과의 협력과 연대 없이 살아남기는 힘들게 되어 있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통해 미래 사회의 키워드로 떠오른 ‘인공지능’도 집단지성의 산물입니다. 지금부터 집단지성의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혼자 독서실에 틀어박혀 하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공부하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며 다양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꼭 누구를 직접 만나서 토론하는 것만이 집단지성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지식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독서도 좋은 훈련 방법이 되겠지요.
진로를 찾는다는 건, 단순히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안정적인 직장, 높은 연봉, 누구에게나 선망받는 명예로운 일자리를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여러분은 행복한 삶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진로인문학』은 그런 여러분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만든 책입니다. 2016년 5월부터 11월까지 국민대학교에서 여덟 명의 어른들이 ‘나를 찾고 꿈을 찾는 진로인문학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교육은 그 속도를 따라가질 못하고, 힘들게 공부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도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현실입니다. 남들이 원하는 그럴 듯한 직장에 들어가도 적응하지 못하고 괴로워하기 일쑤이고요. 저희는 이런 괴로운 현실을 만든 것에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으로, 청소년들이 자아를 찾고 꿈을 탐색하는 과정에 함께하고자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여덟 명의 선생님은 나를 안다는 것은 무엇인지, 세상을 왜 알아야 하는지, 꿈이란 무엇이고 왜 가져야 하는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대화의 기록이 꿈을 고민하는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부모님의 사랑으로 세상에 태어났으며 행복할 권리와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청소년의 삶이 어둡고 힘겨운 시기여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행복해야 하고 미래에도 행복해야 합니다. 비록 행복은커녕 생존마저 어려워 보이는 두려운 시기이지만,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행복의 꿈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사라집니다. 행복을 꿈꾸고 성취하기 위해 나아가세요. 여러분이 새로운 세상에서 멋진 일과 삶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2017년 6월
김경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