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정이벤트_<싫은 날>(반달)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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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9-22 09:26 조회 18,919회 댓글 41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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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 안 나고......, 죽은 척해 볼까?
이렇게 싫은 날이 또 있을까요?
학교 가기 싫은 날, 영희는 학교에 안 갈 수 있을까요?
너무너무 이상한 일이 생긴 《어떤 날》에 이어, 꼬박 두 해 만에 성영란 작가의 그림책이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너무너무 학교 가기 싫은 날에 일어난 일을 다룬 《싫은 날》이라는 그림책입니다. 성영란 작가는 어릴 적, 신나게 뛰어놀고만 싶던 그 아름답던 날들을 낡은 일기장에서 하나하나 꺼내어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이번 그림책에서도 영희를 졸졸 따라다니며, 학교 가기 싫은 마음을 깊이 보여 줍니다. 우리도 영희의 하루를 따라가 볼까요?
달콤한 꿈을 깨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시계추가 달린 커다란 시계에서 나는 종소리가 영희한테는 달갑지 않습니다. 얼른 일어나 학교 가라고 소리치는 소리로 들리니까요. 여덟 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멈췄는데도 영희는 일어날 생각을 안 하네요.
“일어나!”
엄마가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잃어나기 싫다.....’며 이불을 뒤집어씁니다. 영희는 왜 그렇게 학교에 가기 싫어할까요?
“학교 가야지!”
엄마가 다시 한 번 소리칩니다.
“숙제도 안 했는데.....”
아하, 바로 그거였네요. 선생님이 내 준 숙제를 안 해서 학교에 가기 싫었던 거예요.
그래서 영희는 또 생각합니다. 숙제도 안 하고 지각하면 더 혼날 텐데, 하고 말이죠. 너무너무 학교에 가기 싫은데, 하필 몸에서는 열도 안 납니다. 엄마는 지각하겠다며 소리치는데, 영희는 또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죽은 척해 볼까?”
“지구가 쪼개져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댕!”
이번엔 시계가 한 번 울립니다. 시계가 한 번 울리면 한 시이거나 30분이라는 뜻입니다. 비비적거리던 영희도 정신을 번쩍 차립니다. 더는 늑장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걸 그동안 지각을 많이 해 본 경험으로 눈치챘겠지요? 영희는 세수도 안 하고, 밥도 안 먹고 학교로 달려갑니다. 벌써 수업을 시작했나 봅니다. 길에는 아무도 없고, 학교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영희는 언제나 그랬다는 듯 익숙하게 담을 넘어 학교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정말 걱정입니다. 숙제도 안 하고 지각까지 한 영희는 선생님한테 얼마나 혼이 날까요?
1970년대 초등학교로 들어가 봅니다. 그때는 숙제 안 하면 정말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선생님한테 혼이 났습니다. 사랑의 매를 들고 때리는 일은 너무 흔했고, 운이 없으면 무릎 꿇고 손을 들어야 했고, 더 운이 나쁘면 따귀를 맞아야 했지요. 어른의 눈으로 어린이를 보던 시절이었으니 그런 일이 가능했겠지요? 이제 영희가 왜 숙제를 안 했다고 벌벌 떠는지 아시겠지요?
성영란 작가의 그림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런 영희의 마음을 깊이 헤아릴 수 있습니다.
영희는 학교 담을 넘어 교실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다음 장의 영희 모습을 보면 우리 마음도 영희 마음과 함께 스르르 가라앉습니다. 오늘은 학교에 안 가도 되는 날이었거든요. 괜히 아침부터 마음 졸였던 것이죠. 이때부터 영희의 마음은 하늘을 날 듯 기쁘고, 모든 게 예뻐 보입니다. 집에 가서 꼭 숙제해야겠다 다짐도 하고, 새들과 구름과 전봇대와 산들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합니다. 정아네 강아지인 삼순이랑 신나게 놀기도 합니다. 그러다 남은 하루를 홀딱 까먹어 버리긴 하지만요.
영희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았습니다. 아침도 안 먹고, 점심도 안 먹고(아마 정아네 집에서 먹었겠지요?) 놀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성영란 작가한테는 영희가 숙제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큰 일이 아닌 듯합니다. 영희가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하루 종일 밖에서 놀아도 되는 그때를 그리워하고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듯합니다. 요즘 아이들과 영희를 견주어 보면 더욱 부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살짝 궁금합니다. 영희는 저녁을 먹고 나서 숙제를 했을까요?
해남에서 땅끝 마을 쪽으로 가다 보면 제가 다니던 ‘국민학교’가 문패만 바뀌어 화산 초등학교라는 이름으로 서 있습니다. 그 시절의 저를 어렵게 기억해 내는 한 친구가 그럽니다. 그때는 말도 없고 친구도 없이 혼자 그림만 그리던 아이라고. 어른이 된 지 한참 지났지만 저는 지금도 주로 그림만 그립니다. 그 그림으로 내 생각, 기억, 느낌, 보이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어린 시절, 해 그림자가 하얗던 그 여름 ‘어떤 날’ 점심 무렵의 특별했던 기억을 첫 그림책 《어떤 날》에 담은 뒤, 다시 두 번째 그림책을 내놓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세상의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그림책으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