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그 여린 마음에 다가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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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12-06 11:17 조회 52,233회 댓글 1건본문
<괜찮아, 나도 그래> 엮은이의 말
사춘기, 그 여린 마음에 다가가기
힘들 때 힘들어하고, 행복할 때 행복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제가 만난 학생들은 힘들 때 참아야 하고, 행복할 때 한 번 더 참더군요. 어른들로부터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나중에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참아야 한다고요. 즐거울 때 즐거울 줄 모르는 게 과연 더 나은 삶일까요?
그동안 우리는 인성교육은 강조하면서 학생의 마음을 살피는 데는 무관심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털어놓으라고 하면 대답할 아이들도 아닙니다. 그렇게 혼자 속으로 담아두다 보면 ‘나만 짜증 나나?’ ‘나만 외로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2008년 교사가 된 이후로 학생들을 곁에서 지켜보니 꽤 많은 학생이 예전의 저처럼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어느 날, 한 친구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제가 순천남산중학교에 있을 때 우연한 계기로 글쓰기를 도왔던 한 여학생이 고등학생이 되어 보낸 것이었습니다.
편지에서 그 학생은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상처받은 기억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에만 담아두었다고 했습니다.그런데 어린 시절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또 누군가가 그 이야기에 공감해주어서 위로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그냥 혼자 상처를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쓴 글이 처음으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내 감정이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감정임을 알게 될 때 마음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진다는 것을 그 학생의 편지를 읽고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불현듯 그 학생과 같은 친구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방식이 교사로서 직무유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교내 ‘북적북적동아리’ 학생 20명과 감정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감정 글쓰기 수업은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경험과 사건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쓰고, 내가 쓴 글과 친구들이 쓴 글을 함께 읽으며 서로의 감정을 이해해 보는 시간입니다.
『괜찮아, 나도 그래』는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을 담은 25개의 단어, 관용구, 문장 등을 글감으로 14~20명의 학생이 쓴 글 중 일부를 엮은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하루가 길다’라는 글감으로 학생들 각자가 쓴 글이 나오는데요. 그중에 여러분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이 하나 정도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친구의 마음은 또래 친구들이 제일 잘 알 테니까요.
다음은 감정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이 남긴 소감입니다.
“상처로 남았을 것 같던 기억을 ‘하루가 길다, 감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등의 글감에 담으니 상처가 추억으로 변했다.
모든 생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과 햇빛 같은 존재가 감정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보는 독자들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열고 편하게 읽고, 가슴에 와 닿는 글감이 있다면 자신의 경험을 한번 써보기도 하고요. 부디 내 감정이 나만의 불편하고 우울한 감정이 아님을 알게 되기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경험을 해보기를 바랍니다.
2017년 11월, 황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