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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괴물을 말해요 대중문화로 읽는 지금 여기 괴물의 표정들
이유리, 정예은 지음 | 제철소 펴냄 | 2018년 8월 13일 발행 | 값 16,000원
도서 분류 : 인문학, 교양인문, 사회과학, 대중문화 | ISBN : 979-11-88343-18-8 (03300)
“괴물을 보고 싶을 때면 창문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장르소설, 영화, 만화, TV 드라마 등 대중문화 속 ‘괴물’이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낸 인문교양서. 대학에서 서사창작을 전공한 두 명의 젊은 필자가 흡혈귀, 좀비, 거대 괴수 등 우리에게 친숙한 괴물부터 사이코패스 같은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괴물 이야기를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펼쳐 놓는다.
『우리 괴물을 말해요』의 가장 큰 매력은 각기 다른 장르의 텍스트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이 우리 사회의 은유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보여준다는 데 있다. 저자들은 만화 『토미에』와 오페라 <카르멘>의 팜므 파탈 캐릭터를 통해 여성의 주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설 『드라큘라』와 영화 <킹콩>을 엮어 우리 시대 자본주의의 본질을 파헤친다. 또 영화 <기생수>와 SF소설 『블러드차일드』를 함께 읽으며 먹이사슬의 정점에 서 있으면서도 먹잇감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인문학적 프리즘을 통해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지금 우리 시대와 인간을 성찰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아울러 ‘인포테이너’로서 두 저자가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지식과 정보는 성인뿐 아니라 이제 막 독서에 눈을 뜬 청소년 독자에게도 인문교양서 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워 줄 것이다.
서브컬처를 인문학의 프리즘으로 바라본 우리 시대 괴물 박물지
『우리 괴물을 말해요』는 장르소설, 영화, 만화, TV 드라마 등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문화 속 ‘괴물’이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낸 인문교양서로, 대학에서 서사창작을 전공한 두 젊은 필자의 첫 책이다. 신화 속 괴물부터 근대 이후의 괴물 그리고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수많은 괴물의 의미를 여러 장르의 텍스트로 흥미롭게 읽어내 독자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인문서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리가 ‘괴물’이라고 부르는 존재에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때론 그것이 우리를 성장시키기도 한다. 공포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그것에 맞서 싸울 수 있다. “공포는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경’처럼 차마 두려워서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남겨둔 자리에 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괴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흡혈귀, 기생수, 거대 괴수,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들…. 괴물은 인간의 내면이자 시대의 내면이 투영된 존재들입니다. 사람들은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괴물들을 보고 깜짝 놀라 눈을 감았다가, 이내 실눈을 뜨고 다시금 화면을 바라봅니다. 두려워하면서도 바라보는 이유, 무엇일까요. 어쩌면 그들이 우리와 서로 닮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렇기에 그들이 우리를 두렵게 하는 이유에 대해 아는 일은 우리에 대해 아는 것이기도 합니다. 두려움의 이유를 깨닫는 순간, 그 존재를 똑바로 바라볼 힘도 생기니까요. _‘들어가는 말’에서
이 책은 바로 그런 ‘괴물’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두 저자는 꼼꼼하고 깊이 있는 텍스트 읽기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서브컬처 속에 깃든 은유로서의 괴물을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로 불러 모은다. 『기생수』 『토미에』 같은 만화를 통해 대중문화가 소비하는 괴물의 유형을 살펴보고, 『드라큘라』 『블러드차일드』 등 문학작품을 함께 읽으며 괴물이 상징하는 의미를 길어 올린다. 또 영화 『미스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괴물이 되어가는 인간의 심연을, 윤태호의 만화 『YAHOO』와 TV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선 점점 병들어가는 한국 사회의 폐부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다양한 작품이 서로 어떤 식으로 연계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총 8개의 챕터는 이미 읽거나 본 작품과 새롭게 접하는 작품 들 사이의 징검다리로써, 신화와 인문학적 프리즘을 통해 독자들이 한층 다양하고 복합적인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더불어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지금 이 시대와 인간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단순한 텍스트 분석을 넘어 복잡다단한 세상 읽기로까지 비평의 영역을 확장한 이 의미 있는 시도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용기 있는 독자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불멸하는 매혹자 -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vs 렛미인
살아남기 위해 갇힌 사람들 - 워킹데드 vs 미스트
증식하는 팜므 파탈 - 토미에 vs 카르멘
알파포식자의 재림 - 기생수 vs 블러드차일드
오염된 괴물로부터의 메시지 - 괴물 vs 심슨 가족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 검은 집 vs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더욱 강해져 돌아온 자본가 - 드라큘라 vs 킹콩
괴물의 배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 YAHOO vs 황금의 제국
▮ 책 속에서
뱀파이어는 좀비와 더불어 현대 괴물 서사의 주인공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존재입니다. 사실, 괴물이라는 표현도 어색합니다. 왜냐하면 괴물이라고 불리기에 그들은 너무나 아름답거든요. 공작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비단보 같은 깃을 펼치듯, 뱀파이어들은 먹잇감을 끌어들이기 위해 성적 매력을 한껏 발산합니다. 요부, 팜므 파탈을 뜻하는 말 뱀프vamp가 뱀파이어vampire에서 왔다는 사실만 보아도 뱀파이어가—성별과 상관없이—유혹자로 여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_10~11쪽
살고자 하는 의지는 생물에게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좀비 아포칼립스를 맞은 인간들에게 그 과정은 너무도 험난하죠. 『워킹데드』의 포커스는 길모퉁이에서 갑작스레 나타나는 좀비들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들은 좀비와 싸우는 동시에 자신과도 싸웁니다. ‘인간’으로서 살아남을 것인가, ‘짐승’으로서 살아남을 것인가의 간극에서 말이지요. 살아가는 것이 곧 투쟁임을, 『워킹데드』는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 눈물겨운 투쟁을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_59쪽
중세의 마녀사냥에서 수많은 이가 마녀로 몰려 무고하게 죽은 것은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기형아가 태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대기근이 닥쳤을 때 사람들이 필요로 했던 것은 ‘위로’가 아니라 ‘이유’였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에게 닥친 거대한 불행을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그 이유가 아무리 터무니없고 허황된 것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마녀 역시 십자군 원정 실패로 인한 사회불안의 주범으로 지목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고문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하고 마녀로서 불타 죽었지요. _99쪽
인간은 신과 동물, 그 양쪽에 발을 걸친 존재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하며 신의 위치에 근접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알파포식자의 등장은 언제든 우리를 ‘어둠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원숭이’로 되돌려놓습니다. 야성은 그렇게 우리가 극복했다고 자신하는 지점으로 우리를 다시 데려갑니다. 태곳적의 공포가 살아 숨 쉬는 그곳으로. _132쪽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는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믿는 건, 죽을 정도의 고난을 겪으면 사람이… 이상해진다는 거야. I believe whatever doesn’t kill you, simply makes you… stranger.” 이 말은 니체의 명언을 패러디한 겁니다. 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 직역하면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도리어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뜻이 되지요(조커의 대사는 의역입니다). stronger와 stranger. 모음 하나를 바꿔치기했을 뿐인데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지요? 성공적인 언어유희입니다. 니체의 말도 조커의 말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고난을 겪으면 강해지기도 하지만, 이상해지기도 하지요. 전쟁 경험자들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참전자들의 후일담을 읽으면 세상 어떤 일도 헤쳐나갈 수 있을 듯한 강인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세상만사를 전쟁의 경험과 결부시키려 하는 강박도 느껴지거든요. _200~201쪽
자본가들은 자본주의의 ‘자유경쟁’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막대한 부도 믿었습니다. 그러나 ‘독점’이 자유경쟁의 최종 모델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드라큘라 백작은 독점자본가로 진화 중인 괴물입니다. 백작의 존재는 일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자본가들에게도 위협이 되는 것입니다. 부르주아들마저도 두려워하는 독점자본의 상징이, 바로 브램 스토커가 그려낸 드라큘라 백작의 모습입니다. _214쪽
사회적 트라우마는 불합리한 공포로부터 탄생합니다. 붕괴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붕괴되고, 구조될 수 있는 사람들이 구조되지 못하는 불합리함, 그것이 주는 공포와 맞닥뜨렸을 때 저는 압도적인 무기력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안전망이 확보된 사회 속이 아니라, 러시안룰렛과 같은 확률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겁니다. 확률이 나를, 내 사람을 비껴갈 때마다 감사하고 안도하는 그 불합리한 공포야말로 제가 세상을 살면서 만난 가장 괴물적인 존재란 생각이 듭니다. 불합리한 공포 앞에서는 망연자실 말고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요. _283쪽
이유리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운 좋게 장편소설 『십대들;』을 출간했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를 거쳐 동 대학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다.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에 관심이 많으며, 관심이 가는 장르는 어떤 식으로든 손수 써보려 한다. 이 책도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정예은
1988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를 졸업한 뒤 지금은 애니메이션 기획자와 독서논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창세 신화와 민담, 전래동화에 관심이 많다. 인류가 나타난 태곳적부터 수많은 세대를 뛰어넘어 공유되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