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고 놀고 또 놀고, 책으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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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3-12 09:39 조회 33,914회 댓글 2건본문
<우리교육> 2019 봄_ 함께 읽어요- 교육
놀고 놀고 또 놀고,
책으로 놀자
김영미 kelly94@hanmail.net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서. 아이 셋과 어울려 살고 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이며 두레생협에서 활동한다.
평화와 공존을 간절히 원하지만 삶은 늘 갈등과 지질함의 연속이다.
아이들은 놀기를 정말 좋아한다. 우리집 아이들만 해도 종일 놀고도 잠도 안 자고 더 놀고 싶어 한다. 부모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만 하면 좋을 텐데 TV, 컴퓨터, 스마트폰이 장악한 세상에서 미디어를 멀리하고 다른 놀 거리에 흥미를 갖기가 참 어렵다. 특히 요즘 들어 책 읽기는 즐거운 놀이라기보다 해야 하는(?) 놀이로 전락한 모습이다. 아이들이 책을 놀 거리로 느끼려면, 책
읽기를 즐거움으로 느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었다. 낮에는 함께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잠자기 전에는 자장가처럼 읽었던 책의 내용을 판타지로 바꿔서 다시 이야기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어 잠들지 않고 “또 해줘”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전혀 다른 새로운 동화를 꾸며서 들려주곤 했다.
아이들이 놀잇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서 놀잇감을 갖고 연기하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역할놀이다. 역할놀이를 혼자 하기는 쉽지 않은데 여럿이 하면 놀이가 점점 확장된다. 외둥이라면 어른이 함께하고 다둥이 가족이거나 친구가 많은 아이라면 좀 더 다양하게 놀이를 할 수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과 자연을 만나러 떠나기도 했다. 꽃과 놀 수 있는 봄, 초록이 짙은 물놀이가 있는 여름, 가을엔 단풍, 눈과 놀 수 있는 겨울은 아이들에게 멋진 이야깃거리가 된다. 집에 와서도 여행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종알종알 쏟아낸다.
자연을 만나는 다른 방법으로 텃밭이 있다. 흙을 갈아 모종을 심으면 몇 주 후 쌈 채소가 자라고 감자알이 커진다. 감자를 캐러 가면 텃밭 주위에 꽃들과 벌레들이 반기며 아이들에게 이야깃거리를 나눠준다. 놀이가 끝나고 집에 오면 오늘 만난 자연을 책으로 만났다. 세밀화로 자연을 그린 책에는 우리 꽃, 우리 풀들이 잔뜩 있고 우리 곤충들이 사는 방법을 잘 알려준다. 언젠가 아쿠아리움에 다녀온 아이들은 처음 보는 큰 물고기에 흥분해 하루 종일 물고기 책에 빠졌고, 일주일 내내 물고기만 그리기도 했다.
좋은 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논리적 사고가 가능하게 되고 삶에 대한 시야가 넓어진다. 책을 통해서 넓은 세상을 만나고 책에서 만난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활에 적용해 몰라서 발생하는 실수도 스스로 줄인다. 자기 의견이 강한 아이는 책을 통해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다진다. 학교도서관 사서와 교사가 뽑은 100가지 놀이책, 《책 가지고 놀고 있네》에는 아이들과 함께한 책 놀이가 빼곡히 적혀 있다. 책을 찬찬히 보며 더 놀 수 있는 ‘꺼리’가 정말 많다는 데 놀라는 중이다. 책 속 주인공을 찾아라! 스트레스를 삼키는 마법상자, 정말 정말 화나면 프로그램은 집에서도 부모들이 충분히 아이들과 놀 수 있을 것 같고 점자 명함 만들기, 휠체어 운전면허증 따기, 두근두근 최고의 도서관 프로그램은 학교나 도서관에서 매우 즐겁게 진행할 수 있겠다.
사서들은 도서관을 방문하는 이용자들이 책과 가까워지도록 고민한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은 모두 책과 가까워지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책 읽는 습관도 그렇다. 어릴적부터 책과 놀던 경험이 쌓여 평생 이어진다. 학교나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책 읽기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책 가지고 놀고 있네》는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도록 노력한 많은 이가 결과로 내놓은 책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옆에 두고 도서관에서 책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자주 찾아보고 싶다. 즐거운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와 교사, 여러 아이가 함께 책 놀이하는 모습을 상상하다 보면 책과 함께 뒹구는 모습이 떠올라 미소 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