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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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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2-19 10:50 조회 33,72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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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책에 대하여



고전은 부담스럽다. 그 책이 지닌 시간의 더께와 권위가 그 부담을 가중시킨다. 그래서 읽기가 꺼려진다. 때로는 그 책의 권위에 의존하려는 지적 허영 때문에 읽는다. 그런 식으로 고전古典을 읽으며 고전苦戰을 자초한다. 하지만 고전은 내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 대가의 시선을 통해 삶과 세상,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읽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전은 고전高展으로 읽을 때 의미가 있다. 높은 공부를 한다는 뜻이다.

같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굳이 다시 읽을 이유도 없다. 요즘 같이 책 읽지 않는 시대에, 하물며 고전을 다시 읽는다니! 책 안 읽어도 먹고사는 데 아무 지장도 없지 않은가. 예전에는 책을 읽어야 지식을 습득하고 그 지식이 권력이 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도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찾을 수 있다. 책도, 고전도 다 고리타분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긴 호흡으로 하나의 문제를 성찰하고, 그 과정에서 답을 찾거나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독서로만 얻을 수 있는 선물이랄까. 물론 책을 읽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성찰하는 힘을 얻지 못하면 노예의 삶을 살기가 쉽다. 내가 스스로 읽고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를 때 주체적 삶이 가능하다. 책 읽는 삶과 읽지 않는 삶은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그것이 이른바 실천이고 지행합일이다. 이 세상이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 수많은 책들 가운데 시간의 변화 속에서 퇴색하거나 변질되지 않고 오랫동안 그 가치를 인정받은 책이 고전이다. 그 고전도 시대에 따라, 나의 시간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다.

같은 책을 다시 읽는 이유는 단순히 지식 습득을 위해서가 아니다. 내 생각과 판단이 얼마나 변했는지 가늠하기 위해서이다. 처음에 읽었을 때와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그 해석과 이해가 달라진다면 내가 변화하거나 진화했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고전 독서에 관한 책을 처음에 구상할 때 3부작을 염두에 뒀다. 3년 전에 나온, 고전, 어떻게 읽을까는 고전의 권위에 고분고분 순응하기보다는 나름대로 나의 시각으로 따지고 다르게 생각하고 해석해보는 도발을 꾀했다. 이 책은 그 두 번째 과정이다. 내가 청소년기, 청년기에 읽었던 고전을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으면, 새롭고 때로는 전혀 다른 책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많이 했다. 이런 경험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글을 썼다. 이어서 나올 3부는 관점과 입장을 바꿔 다시 읽어보는 고전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고전을 새롭게, 다르게 읽고자 하는 내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다시 읽은 고전은 단순히 반복해서 읽은 독서에 대해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이미 읽어서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읽었을 때 다르게 읽히는 까닭이 무엇인지 자문해보면 의외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이해, 변화된 판단, 그리고 뜻하지 않은 영감 등이 고전을 다시 읽을 때 얻는 선물이다. 고전 다시 읽기를 통해 처음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경험과 느낌을 반추해보는 것도 낭만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거나 추억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처음 읽었던 어릴 적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고, 어떤 점에서 변화하며 진화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 알게 모르게 개입된 선입견, 고정관념, 자의적 해석 등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수정하는 정화의 기능도 수행한다. 다시 읽을 수 있는 고전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을, 그것도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시류에 대한 저항도 아니고 시대에 뒤떨어졌기 때문도 아니다. 책을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과 생각이 근원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섬세한 사유, 다양한 감성, 풍부한 공감의 능력이 책을 통해 길러진다. 그러한 진화가 다시 읽은 고전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효과적으로 실현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캐나다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토론토대학의 교수였던 로버트슨 데이비스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건축물을 아침 햇살에 비춰보고 정오에 보고 달빛에도 비춰봐야 하듯이 진정으로 훌륭한 책은 유년기에 읽고 청년기에 다시 읽고 노년기에 또 다시 읽어야 한다.” 내 경험에서 그런 책들을 엄선해 다시 읽은 고전에 소개하고자 했다. 읽어볼 때마다 새로운 눈이 열리는 삶, 이왕이면 그런 책을 읽고 그런 삶을 살면 좋지 않은가.

 

2019년 봄을 맞으며, 김경집

다시 고전.jpg

 

1장 다시 읽은 문학

억압된 욕망이 폭발할 때_『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손수건만 한 그늘에서 읽은 소설_『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패배할 수 없는 인간의 처절한 사투_『노인과 바다』

끝이 없는 기다림의 시간_『고도를 기다리며』

절망의 시대에 마주한 마르케스_『백 년 동안의 고독』

자유의 인간, 조르바_『그리스인 조르바』

전설로 남은 현대소설의 정수_『무진기행』

일그러진 욕망의 초상_『위대한 개츠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들_『설국』

순수의 눈으로 목격한 차별의 풍경_『앵무새 죽이기』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당_『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

시는 삶이고 세상이다_『거대한 일상』

봄 비 내리는 밤, 다시 읽는 두보_『두보시선』

 

2장 다시 읽은 인문

생의 마지막에 완성한 투쟁의 역사_『조선상고사』

새로운 축의 시대를 꿈꾸다_『축의 시대』

혁명가에게는 바이블, 통치자에게는 눈엣가시_『맹자』

중세는 암흑시대가 아니었다_『중세의 가을』

로마 공화정의 유산_『로마 공화정』

다산의 편지에 배어 있는 인품과 사상_『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시대의 통증을 절감하라_『매천야록』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다_『우리 문장 쓰기』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과학책_『거의 모든 것의 역사』

삶과 자연이 익어가는 감응의 건축 _『감응의 건축』

영혼이 울리는 감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_『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감옥 밖에서 받아든 감동의 성찰_『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올바른 공부의 길잡이_『격몽요결』

참된 믿음이란 무엇인가_『디트리히 본회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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