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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_ <승리의 비밀>(바람의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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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6-02 14:26 조회 12,821회 댓글 5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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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비밀


주애령 지음|김윤주 그림|바람의아이들 펴냄|값 11,000원|2020년 4월 10일 발행|ISBN 979-11-6210-060-8
키워드: #선거 #학생회장 # 투표 #선거운동본부 #정치 컨설턴트 #유권자 #권력 #민주주의 #남녀 대결 #우정 #친구


::: 출판사 리뷰

선거에 이기고 싶습니까?
승리의 비밀이 궁금하세요?

선거의 계절이다. 거리에는 선거 운동원들이 소리 높여 구호를 외치고, 울긋불긋 번호가 붙은 플래카드가 펄럭거린다. 보통은 정치가 어른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린이들도 크고 작은 정치를 경험한다. 어린이들의 사회에도 온갖 공동체적 이슈, 의견 대립과 결정의 순간 들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특히 학교에서 치러지는 선거는 실제 학생 자치를 위해서나 교육적 목적을 위해서나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어린이들이 경험하는 선거는 단순히 어른들 선거의 미니 버전일까? 어른의 선거와 어린이의 선거는 얼마나 같고 어떻게 다를까? 대체로 어린이들의 선거란 어른들이 마련해 놓은 의례와 형식에 고분고분 참여하는 것이기 마련이다. 선거시행 여부와 선거 날짜, 후보자 등록, 후보 연설 순서 등등 선거 정책과 관리는 당연히 어른들의 몫이라는 듯. 하지만 주애령의 『승리의 비밀』은 전에 없이 발랄하고 적극적인 어린이 인물을 등장시켜 꽉 짜여진 선거판을 뒤흔들고, 어린이 몫의 정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3년 동안이나 선거를 치르지 못한 충영초등학교에서 정민이가 일찌감치 총학생회장이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간단하다. 사촌오빠가 대학교 총학생회장이 되었다는 소식에 의문을 갖게 된 것. “대학에는 총학생회장이 있는데 초등학교는 왜 없어?” 더욱이 학생회장은 꽤 근사해 보이는 감투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가 시작되면서 정민이 앞에는 첩첩산중 어려운 문제투성이다. 단독 후보일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경쟁 후보가 둘이나 생긴 데다 1번 후보 구용진은 선거를 남녀 대결로 몰고 간다. 여자 학생회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남자아이들은 아침 등굣길 선거에 태권도복을 입고 나와 요란하게 세를 과시한다. 이로써 학생회장 선거는 함께 어울리는 축제가 아니라 서로 승패를 가리는 경쟁의 장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경쟁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든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법. 절박해진 정민이는 급기야 인터넷에 질문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 하나가 도착한다. 띵똥! “선거에 이기고 싶습니까?” 마침내 정민이는 학생회장이 되기 위해, 어떻게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정체 모를 정치 컨설턴트(대화명 ‘secretofvictory’)와 손을 잡는다.

『승리의 비밀』은 초등학교 회장 선거에 수상한 정치 컨설턴트가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을 그려낸다. 정치 컨설턴트는 등굣길에 로봇마네킹을 등장시켜 구용진 패거리의 조직력을 물리치는가 하면, 유권자 어린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짜 욕망에 대해 귀 기울이라고 주문한다. 선거가 이기고 지는 경쟁의 문제라면 정치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승리의 비법’을 터득하고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익명의 정치 컨설턴트는 여느 어린이 선거라면 기함할 만한 후보자의 ‘권력 욕구’를 거론하고, 심지어는 허황된 공약의 쓸모나 네거티브 운동, 후보 단일화처럼 어른들 정치에나 어울릴 법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한다. 애초에 어른의 정치와 어린이의 정치가 똑같은 것이라면 선거의 어두운 부분도 빼놓을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민이에게는 의문이 생긴다. 정말 그 조언대로 번지르르한 선거 운동을 치러 이기기만 하면 되는 걸까?

선거에 뛰어든 우리가 진짜로 얻고 싶은 것

『승리의 비밀』은 어린이에게도 정치는 중요하고, 정치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선거를 통해 유권자가 된 어린이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급식 시간을 늘리겠다거나 메뉴를 바꾸겠다는 우스꽝스러운 요구라도 그것이 공식적으로 제기되는 순간, 어린이들의 주장은 의미 있는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선거는 후보자들을 통해 유권자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유권자들이 스스로의 힘을 깨닫게 되는 중요한 정치적 절차인 것이다.
 
작가는 익명의 정치 컨설턴트를 등장시켜 수수께끼를 강화하는 한편(그의 정체는 마지막에 밝혀진다), 여러 모로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공정한 선거 운동이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어린이 선거에 어른이 개입하는 것은 옳을까? 실현 불가능할 것이 뻔한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거짓말이 아닐까? 허황되어 보이는 요구를 많은 사람들이 한다면? 정치 컨설턴트는 이유림이 여자아이들의 표를 분산시킬 수 있으므로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유림이에게 출마 이유를 듣게 된 정민이는 감히 사퇴 요구를 할 수 없다. 유림이는 남자 대 여자의 구도로 나뉜 선거판에 질문을 던지기 위해 출마한 것이니까.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 경쟁하는 것은 유치하지 않나? 때로 어떤 후보들은 일찌감치 승리를 포기한 채로 선거에 뛰어들기도 한다. 선거는 승패를 나누는 경쟁의 장이기도 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정민이가 무조건 이기기 위해 ‘승리의 비법’에 골몰할 때 부회장 후보 민서는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정민이가 자신에게 얼마나 좋은 친구였는지 알리는 연설문을 쓴다. 연설문에는 좋은 친구가 좋은 학생회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아주 단순하고도 명확한 메시지가 담겨 있고, 그 글에 가장 큰 감동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정민이다. 연설 대신 벌인 구용진의 격파 쇼가 119 구급차의 등장으로 막을 내리고 학생회장 투표는 난장판으로 치러지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정민이는 얻은 것이 많다. 정치와 선거에 대해 많은 걸 배웠고, 그 가운데 자기 자신만의 신념을 세우고, 선거와는 상관없지만 선거에 나가지 않았으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참된 우정을 경험할 수 있었으니까. 어쩌면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이 진짜 승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2번 후보’ 박정민의 파란만장 선거 도전기는 숱한 질문과 고민을 끌어안은 채 전개되지만 정민이가 결코 어른들이 마련해놓은 무대 위에서 모범답안만 줄줄 외는 후보가 아니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후보 연설 순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정민이와 유림이 앞에서 당황하던 선생님들처럼, 아이들이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면 어른들은 허둥지둥하기 일쑤다. 이미 정해둔 절차를 따르지 않다니, 그럴 수가 있나. 하지만 누구에게든 자기 주장이란 정치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의를 제기하고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 우리에게는 정의와 평등, 민주주의가 여전히 먼 일이었을 테니까.
 
선거의 계절, 정치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는 어린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정치와 선거가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단, 스스로에게 대답을 구할 준비를 하고 읽으시라. 답은 우리 안에 있다.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정치적 인간이니까 말이다.


::: 작가 소개

지은이 주애령
2016년 『어린이책 이야기』에 단편동화 「나랑 바꿀래」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아동문학 해설서 「동화, 영혼의 성장」을 썼다. 동화와 소설을 쓰면서 독립문예지 『오즈』를 만들고 있다. 커피와 고양이, 탱고와 여행을 좋아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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