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중문화 기자의 ‘프로 불편러’ 르포
우리가 좋아한 그 영화 그 예능, 뒤집어서 다시 보면?
즐거움과 감동에 묻힌 차별과 혐오를 찾아서 ‘솔까말’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나만 공감 안 되는 거였어?》는 청소년 교양문고 “생각하는 파랑새” 첫 번째 책으로, 쿠키뉴스 대중문화 기자 이은호 작가의 첫 번째 교양서이다. <그린북> <7번방의 선물> <내 안의 그놈> <수상한 그녀>, <탐정: 더 비기닝> <너의 이름은.> <건축학개론> <청년경찰> <조커> <위대한 쇼맨> <인크레더블> 등 우리가 좋아했던 작품 속에 숨어 있던 차별과 혐오를 새롭게 발견하고, 우리가 놓쳐왔던 우리 사회의 의식과 모순을 고발한다.
흔히 ‘돼지’라 불리는 과하게 식탐 많은 뚱뚱한 사람, 한없이 맑고 순수한 지체 장애인, 언제나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엄마, 남자 주인공의 거친 스킨십을 ‘심쿵’이라 이르는 로맨스 영화……. 지금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사회 의식의 단면과 우리 자신의 자화상을 두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실컷 웃고 감동받기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끝나면 괜찮을까? 당사자의 시선에서도 과연 그게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을까? 누군가는 “영화는 영화일 뿐, TV는 TV일뿐 과도한 해석을 하지 말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중매체가 비추는 우리의 모순은 대체로 웃음과 눈물 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바르지 못한 부분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으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돌아보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께서 더 많은 ‘틀림’을 발견해 주시길,
그리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주시길 깊이 소망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구성원 각각의 배경도, 가치관도, 이해관계도 다르기에 매우 복잡하다. 살아가는 데 정답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무엇이 정답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정답을 모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방법은 오답을 하나씩 지워가는 일일 것이다. 《나만 공감 안 되는 거였어》는 인기 영화 속 ‘틀림’을 찾아가는 책이다. 단순히 영화에 딴지를 걸고자 함이 아니라 시야를 확장해 우리 사회 속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하나씩 집고 넘어가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단 11편의 작품과 TV프로그램들을 다룰 뿐이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더 많은 ‘틀림’을 찾아가주길 바라는 저자의 염원이 담겨 있다. 동시에 우리 사회 속 ‘틀림’을 주장해온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용감하게 ‘불편함’을 제기했던 그들과
이제 용기를 낼 당신에게 전하는 11편의 이야기
어느 누구도 불편함을 반기는 이는 없다. 누군가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건 생각보다 커다란 용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진다고 해도 지금 당장 불편함을 제기하는 사람이 환영받는 세상은 오지 않을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불편함을 얘기해야 한다. 잘못된 언행과 행동으로 상처받고 차별받는 이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불편함은 많은 것을 바꿨다.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었을 때 여성의 투표권을 요구한 이들, 독재의 시대에 절차의 부당함을 제기한 이들, 근로기준법이 유명무실했던 시대에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한 이들, 폭력도 교육의 일부였던 시대에 잘못됨을 지적한 이들 덕분에 세상은 달라졌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불편함을 얘기해야 한다. 《나만 공감 안 되는 거였어?》는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기 쉬운 대중매체 속에서 불편함을 찾아가는 책이다.
혐오와 조롱이 오락이 되는 세상
대중문화 기자, ‘프로 불편러’ 이은호와 함께
날카로운 눈으로 우리 문화 다시 읽기
이은호 기자의 기사는 연예 기사를 자주 읽는 독자라면 한 번쯤은 읽어봤을 것이다. <‘나혼산’ 하차합니다. [나 혼자 산다 리플레이]>, <대중문화는 어떻게 왜곡하는가>, <[솔까말] ‘기레기’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등의 기사로 꾸준히 대중문화 속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프로 불편러’ 현직 기자인 작가 이은호는 말한다. 기자로 일한 몇 년 동안은 불편함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 안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는 부당함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고. 그래서 그는 ‘프로 불편러’가 되기로 결심했고 《나만 공감 안 되는 거였어?》 집필하게 됐다. 대중문화는 사회와 상호 작용한다. 사회를 반영하기도 하고, 사회를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우리가 대중문화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다면 우리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고 비판적인 시선은 더 나은 사회로 이끌어 줄 것이다.
::: 작가의 말 _ 이은호 기자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해야겠네요. 저는 ‘우연히’ 기자가 되었습니다. 수능 성적에 맞춰 지원한 대학에선, 관심에도 없던 경제학을 전공했어요. 공부는 늘 뒷전이었어요. 대신 창작자들을 선망했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선율에 전율하고 이야기에 감탄했어요. 시험이 다가와도 드라마를 몰아 보는 것이 먼저였고, 강의실보다 공연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었어요. 학사 경고를 받지 않은 것이 용하다 싶은 성적으로 겨우 졸업을 하고 나니, 취업이 막막하더라고요. 남들의 절반밖에 안 되는 학점으로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취업문을 통과하려니,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저를 맞추어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몹시 우울했어요. 거짓으로 나를 꾸며 내는 것 같았거든요. 하루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낼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무척 재밌더라고요. 저에게 영감을 주었던 공연, 저를 감동하게 한 음악, 저를 각성시킨 이야기들……. 이제야 진짜 나로서 글을 쓰는 것 같았어요.보기 좋게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지만, 그 경험을 계기로 저의 진로를 다시 고민하게 되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연예계와 관련된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월급이 적다는데……. 게다가 나는 전문지식도 전혀 없고……. 아 참, 글 쓰는 것을 좋아했으니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는 일을 해 볼까? 그게 뭐지? 아하, 연예부기자가 되자!’ 처음 지원한 언론사에서 저를 인턴 기자로 뽑아 주었고, 운이 좋아 두어 달 만에 정식 기자가 되었습니다. 모든 게 얼떨떨했어요. 아마도 그래서일 겁니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도, 저는 늘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웠어요. 스스로 준비가 덜 된 기자라고 느꼈거든요. 내가 틀린 주장을 하면 어떡하나, 그래서 누군가 내 기사를 비웃으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했지요. 하지만 동시에, 자꾸만 쓰고 싶은 것들이 생겨났습니다. 화려한 줄로만 알았던 연예계에 어두운 이면이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제가 부러워하던 여성 아이돌 가수의 날씬한 몸매가, 사실은 섭식 장애를 가질 정도로 식단을 제한해서 얻어진다는 것을 알았죠. 제가 감탄해 마지않던 ‘칼군무’가 사실은 혹사 수준의 훈련과 연습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았고요. 이것이 몇몇 나쁜 사람들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것 역시 압니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와 극단적인 성과 주의가 이곳 연예계에도 생채기를 낸 것이겠죠. 저는 말하고 싶었어요. 말해야 했어요. 우리는 외모에 등급을 매겨선 안 된다고, 성공을 위해 자신의 안전과 존엄을 내어 줘선 안 된다고, 그건 틀렸다고요. 돌아보면 기자로 일하는 지난 몇 년은 제게 불편함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 안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부당함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지요. 이 책에 실은 열 한 편의 글은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 안에 숨겨진 차별과 편견 을 꼬집는 내용입니다. 여러분 가운데 몇몇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몰라요.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별걸 다 불편해하네.’ 하지만 저는 영화가 현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고 믿습니다. 그 안에서 불편함을 끄집어내는 일은 긴 시간 우리 사회에 스며 있던, 그래서 그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차별과 편견을 발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여전히 두렵습니다. 저도 모르는 새 혐오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을지, 제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지 아직도 조심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정답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감을 잃곤 합니다. 다만 “오답을 오답이라고 말해야 한다.”던 편집자님 말씀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인사드려요. 고맙습니다. 덕분에 제가 무엇을 써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어요. 좋은 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여러분께서 더 많은 ‘틀림’을 발견해 주시길, 그리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주시길 깊이 소망합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과 저에게 ‘옳음’의 기준을 끊임없이 묻게 해 주신 선후배·동료 기자들, 끝으로 서투른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차례
· 흑인에게 프라이드치킨을 권하는 게 화해라고? 〈그린북〉 (2019) -13p
· 영화 속 장애인은 왜 늘 착하기만 할까? 〈7번방의 선물〉 (2013) -29p
· 뚱뚱한 사람은 자기 관리를 못한 거라고? 〈내 안의 그놈〉 (2019) -45p
· 구성원의 희생으로 화목해지는 공동체는 건강할까? 〈수상한 그녀〉 (2014)-61p
· 우리 아빠는 슈퍼맨? 〈탐정: 더 비기닝〉 (2015) -77p
· 만화 속 여자 주인공들은 왜 짧은 치마를 입고 있을까? 〈너의 이름은〉 (2018) -93p
· 잠든 여자에게 몰래 뽀뽀, 이게 설렌다고? 〈건축학개론〉 (2012) -111p
· 조선족이 많은 곳엔 칼부림이 자주 난다고? 〈청년경찰〉 (2017) -127p
· 조커가 영웅이라고? 〈조커〉 (2019) -145p
· 혐오가 오락이 될 수 있을까? 〈위대한 쇼맨〉 (2017) -161p
· 초능력이 없으면 영웅이 되지 못하는 걸까? 〈인크레더블〉 (2004) -177p
이은호 기자
인터넷 언론사 쿠키뉴스에서 대중문화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음악과 이야기를 좋아하고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동경했지만, 자꾸만 불편한 것들이 생겨난다. 《나만 공감 안 되는 거였어?》는 작가 이은호로서의 첫 번째 교양 도서이다.
일러스트 김학수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북디자이너를 거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 <시나공> 시리즈, <바빠> 시리즈, <이야기 동양 신화>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일러스트 쉽게 배우기> <오 마이 갓!> <하루가 미안해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