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 과정 : 3월 친구 규칙 우정/2월 학교 생활, 배움, 사회성 *초등 1학년 2학기 4. 자신있게 말해요.
*핵심어 : 친구, 우정, 강아지, 거짓말, 속마음, 친구사귀기, 사회성기르기, 관계맺기
그 아이와 친해지고 싶어 얼결에 시작한 아무말 대잔치!
“우리 콜라는 꼬리가 구불구불 엄청 긴 강아지야!
방귀 소리도 천둥소리 만큼 커!”
미술 학원에 새로 온 남자 아이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거짓말이 자꾸자꾸 부풀어 올랐어!
콜라를 보여 달라고 하는데 이제 어떡하지?
진짜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아니었어!
“나 너 좋아해!”
이건 진짜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
얼결에 시작한 거짓말이 뭉게뭉게 피어나다
아이가 자랄 때 보면 유별나게 거짓말을 잘하는 시기가 있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능청을 떨 때도 있고, 뭔가 자기가 얻어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눈치 보면서 말을 빙 돌려가며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어디서 이런 기상천외한 거짓말을 터득한 걸까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아이들은 어떻게 거짓말을 터득해서 하는 걸까?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두세 살 무렵 처음으로 거짓말을 시작해요. 네다섯 살쯤에는 수시로 거짓말을 하며 갈수록 거짓말이 늘다가 일곱 살쯤 되면 엄청난 뻥쟁이 시절이 끝나요.” _《거짓말에 대한 모든 것》 중에서
믿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거짓말을 배우는 건 좋은 일이라고 한다. 거짓말은 지능과도 관련 있고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도 된다. 거짓말을 하려면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야 할뿐더러 진짜가 뭔지도 계속 기억해야 하니까.
그림책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에도 세상에서 제일가는 거짓말쟁이가 나온다. 한 여자아이가 미술 학원에 새로 온 남자아이를 공원에서 만나 친한 척해 보려고 시작한 작은 거짓말이 발단이었다. 그 거짓말이 점점 불어나고 불어나서 엄청나게 일이 커지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귀여운 ‘뻥쟁이’ 꼬마 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통 거짓말의 결말은 뉘우침, 반성 등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 아이의 거짓말은 어떻게 될까? 네다섯 살 아이가 직접 그린 듯한 순진한 그림체에 거짓말이라는 이야기가 덧붙여진 깜찍하고 귀여운 그림책이다.
무지 크고 힘도 세고 방귀 소리도 천둥 같은 강아지 콜라를 소개할게
일명 ‘나나’(이 아이 이름이 진짜 나나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거짓말일지도 모르니까.)는 공원에서 만난 남자아이가 데리고 온 하얀 강아지에게 관심을 보인다. 남자아이와 강아지를 졸졸 따라다닌다. 나나가 쫓아다닌다는 걸 눈치챈 남자아이가 “너 왜 자꾸 나 따라다니냐?”고 말을 건넨다. 나나는 “너 따라다닌 거 아니거든. 너네 강아지랑 노는 건데!”라고 말을 돌린다. 강아지에게 관심을 보여서 그런가 남자아이는 경계심을 풀고 다시 물어본다. “너도 강아지 좋아해?” 여자아이는 “당연하지.”라고 하며 자기도 강아지를 키운다고 덜컥 말해 버린다. 그러자 남자아이는 천진하게 강아지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나나는 그때 마침 발밑에 굴러다니는 콜라 캔을 보고 “코 올 라?”라고 답한다.
콜라는 어떻게 생겼어? 하고 물었을 때는 공원에 있는 목마보다 훨씬 크다고 말하고, 콜라는 뭘 제일 좋아해? 하고 물으니 공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축구공을 뻥 차면 나무 위에도 올릴 수 있을 만큼 콜라는 크고 힘 센 강아지란다. 남자아이는 “거짓말!”이라고 외친다. 그러자 나나는 한 술 더 떠서 콜라의 꼬리는 복슬복슬하고 엄청 길어서 매일매일 고무줄로 묶고 다닌다고 하고, 짖는 소리는 얼마나 우렁찬지 컹컹 짖으면 현관문이 활짝 열린다고 말한다. 나나의 거짓말은 거품처럼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남자아이는 “거짓말하지 마!”라고 하면서도 나나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방귀 소리도 끝내줘서 콜라가 방귀 한번 뀌면 엄마 아빠가 다 기절한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안 나오지만 이쯤 듣고 보니 남자아이는 콜라를 정말 꼭 보고 싶어진다. 그러자 여자아이가 대범하게 말한다. “얼른 보러 가자! 손잡아, 뛰어가게!”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남자아이와 말도 많이 주고받아서 일단 나나는 기분이 좋다. 손잡고 동네 길을 여기저기 함께 가는데 초록초록한 자연이 가득해서 그 여정 또한 나나에겐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손잡고 지구 끝까지 갈 수는 없지 않을까?
나나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대책 없이 마구 거짓말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없는 강아지 콜라를 어떻게 보여 줄 수 있단 말인가. 점점 진땀이 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더 갈 수는 없고, ‘엄마야!’를 외치고 싶으나 도와줄 엄마도 곁에 없다.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나나는 가던 길을 멈춰 “저기 있다. 콜라!”를 외쳐 본다. 남자아이는 “어디? 어디?” 하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때 얼굴이 발그레해진 나나는 머리핀을 불쑥 뽑아서 남자아이 손 위에 올려놓는다. “이거 내가 제일 아끼는 거야.”라고 말하며 저만치 도망을 간다. 그리고 마지막 말을 잊지 않는다. “나 너 좋아해. 이건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
정말 하고 싶었던 한마디를 하기 위한 거짓말
나나는 미술 학원에서 봤을 때부터 남자아이에게 관심이 있었다. 대뜸 고백할 수는 없어서 여태 있지도 않은 강아지를 얼토당토않게 만들어 내며 ‘아무말 대잔치’를 했던 것이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마지막 그 한마디이다. “사실은 나 너 좋아해.” 어린아이라도 그런 말을 용기 있게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강아지 이야기로 무궁무진한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다시 찬찬히 보면 지금까지 늘어놓은 강아지 콜라의 특성은 어쩌면 나나의 성격을 에둘러 말한 것일지도 모른다. 콜라처럼 공도 좋아하고, 사랑스럽고, 말귀도 잘 알아듣고, 콜라처럼 친절하여 ‘좋은 친구’가 될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엉뚱한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다행히 나나의 거짓말은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귀여운 수준이다. 친구에게 한 발짝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얼떨결에 튀어나온 거짓말. 어쩌면 남자아이도 어느 순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나가 말하는 콜라라는 강아지는 이 세상에 없는 강아지라는 것을. 그럼에도 나나를 따라간 것은 나나의 이야기가 웃기고 재미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나와 친구가 될 의향이 조금은 있었다고 봐야 한다. 뒷면지에서 에필로그처럼 그려지는 이야기를 보면 둘은 이미 친구가 되었고, 남자아이의 하얀 강아지 ‘뽀삐’도 알고 보니 자기 강아지가 아니었다. 할머니가 키우는 강아지였지만 마치 자기 강아지인 듯 시침 떼고 나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되어 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또는 스마트폰이나 게임의 세계 속에 빠져드는 아이들에게 ‘친구’ 사귀기란 점점 더 어려워진 숙제가 되어간다. 수많은 동화나 그림책이 ‘관계’와 ‘사귀기’ ‘사회성 기르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만 가지 갈래의 이야기를 반복해도 ‘친구’와 ‘관계 맺기’는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조영글 작가의 깜찍하고 귀여운 그림책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 는 친구 맺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또는 이성 친구에게 어떻게 말 걸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슬쩍 윙크하듯 손을 내밀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왠지 속고 싶은 거짓말’을 들어주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함께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
조영글 지음
홍익대학교와 스웨덴 콘스트팍 예술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눈사람 먹구리》, 《햄버거 나라 여행》, 《못된 송아지 뿌뿌》에 그림을 그렸고, 쓰고 그린 책으로 《안녕, 나의 스웨터》가 있습니다.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왠지 속고 싶은 거짓말들이 있어요. 저는 그걸 이야기라고 부릅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될 수 있다면 언제까지나 능청스러운 거짓말쟁이가 될 거예요.
홈페이지 www.younggeul.com
인스타그램 @younggeul_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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