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과정
1학년 1학기 국어 7단원. 생각을 나타내요
1학년 2학기 국어 10단원. 인물의 말과 행동을 상상해요
2학년 1학기 국어 3단원. 마음을 나누어요
2학년 1학기 국어 8단원. 마음을 짐작해요
2학년 2학기 국어 4단원. 인물의 마음을 짐작해요
요가 강사, 상자 포장, 그림 모델, 미용사, 이불 장사, 야간 순찰대원 등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는 보리.
과연 보리는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18년 간 함께한 고양이 보리에게 보내는
윤진현 작가의 사랑 고백 그림책
■ 서로 딱 맞는 친구
고양이 보리는 그림 그리는 친구랑 살아요. 친구는 그림을 안 그릴 때는 보리를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해요. 잔소리가 듣기 싫었던 보리는 직접 일을 해서 살기로 결심하고 집을 떠나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맡아하는 보리. 하는 일마다 ‘내가 딱이지!’ 자신감이 넘쳐요. 과연 보리는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보리의 능력을 알아주는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요?
■ 또 다른 가족, 반려동물
최근 들어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반려동물은 단순히 우리가 돌봐 주며 귀여워하는 동물에서 벗어나 우리와 함께 살면서 삶을 공유하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이번 책 <내가 딱이지>는 반려동물 중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책입니다.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책을 이끌어 갑니다. 고양이의 이름은 ‘보리’, 그림 그리는 친구랑 산다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보리가 함께 산다며 소개한 ‘그림 그리는 친구’는 바로 이 책을 쓰고 그린 윤진현 작가 자신입니다. 책상 위에 여러 가지 그림도구들이 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날마다 바쁘게 그림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면, 보리를 쫓아다니며 함께 놀아 주고 이것저것 챙겨 줍니다. 윤진현 작가가 18년 간 키운 고양이 보리와의 일상을 그대로 담은 그림책입니다. 책 속 고양이 모습도 작가의 실제 고양이와 꼭 닮았고요.
윤진현 작가는 오랫동안 보리와 살다 보니, ‘넌 고양이, 난 사람이라는 구분이 사라지고 가족이 되었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친구와 보리를 굳이 사람과 동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친구가 보리를 돌봐 주는 것 같지만, 어떤 때는 보리가 친구를 이끌어 주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 보리는 사람에게 의존적이지 않고,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칩니다. 밥을 안 먹는다고 잔소리하는 친구에게 불만을 품고는 스스로 일해서 살겠다며 장화를 신고 집을 나섭니다. 보리가 장화를 신는 순간, 보리는 더 이상 네 발로 다니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사람과 똑같이 두 발로 서서 걷습니다. 곧, 이 작품에서 장화는 고양이 보리가 사람으로 변신하는 상징적인 물건입니다.
보리는 구하는 일마다 ‘내가 딱이지!’를 외치며 자신 있게 맡습니다. 보리의 도도하면서도 독립적인 성격은 반려동물 ‘고양이’의 대표적 특징이기도 합니다.
집을 나선 보리는 요가 강사, 장난감 상자 포장, 그림 모델, 미용사, 이불 장사, 야간 순찰대원 등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합니다. 보리 입장에서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 냈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보리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네요. 과연 보리는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보리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요?
■ 여러 가지 직업 탐험
고양이 보리는 자기가 잘할 만한 일거리를 찾아냅니다. 몸이 유연하니까 요가 강사를 하고, 상자를 좋아하니까 상자 포장을 하며, 이불에 뒹구는 걸 잘하니까 이불 장사를 하는 식이지요. 책을 보는 아이들은 보리가 도전하는 직업을 통해 고양이의 특징을 잘 이해하게 됩니다.
그럼, 보리가 도전하는 일에서 어떤 사건이 펼쳐질까요? 자신감이 넘치는 보리는 어떤 일이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풀어 갑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고 활기차지요. 하지만 일을 맡긴 사람들의 눈엔 이런 보리가 좀 못마땅해 보입니다. 요가 강사 보리는 똥꼬 핥기 동작을 가르쳐 줘서 괴상망측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상자 포장 집에서는 상자를 죄 뚫어서 멋진 집을 만드는 바람에 장난 쳤다고 불평을 듣고요. 이불 가게에서는 새 이불에서 뒹굴어 털을 잔뜩 묻히는 바람에 사장님이 화를 내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에도 보리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자신의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일을 맡긴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할 뿐이죠. 그래서 실제로는 일자리에서 쫓겨나지만, 보리는 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주체적으로 일을 그만둔다고 말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보리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딱 맞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보리가 일자리를 구해 일하는 동안 열심히 보리를 찾아다닌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보리와 함께 사는 그림 그리는 친구지요. 친구는 보리 찾는 포스터를 붙이며 동네를 헤맵니다. 보리와 길이 어긋나 마주치지 않지만, ‘보리야, 집으로 돌아와. 보고 싶어!’라는 간절한 바람은 포스터를 통해 보리에게 전해집니다.
친구의 간절함을 알고 집으로 돌아온 보리.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딱 맞는 일자리’를 찾는 내용으로 구성되었지만, 실제로는 ‘딱 맞는 친구’를 찾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헤어져 지내다 서로가 서로에게 딱 맞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요.
■ 반려견 이야기 <맡겨 주세요>의 짝꿍 그림책
앞서 출간된 봄개울의 그림책 <맡겨 주세요>(히카쓰 도모미 글•그림|봄개울)는 반려견 페로가 주인공입니다. 페로는 자신을 돌봐 주는 엄마가 너무 좋아서 목걸이를 선물해 주려고 일을 찾아 나섭니다.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라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맘씨 좋은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바닷가 조개를 엮어 엄마의 목걸이를 만들어 집에 돌아온답니다.
<맡겨 주세요>에 등장하는 개는 돌봐 주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동물입니다. 그러니까 돌봐 주는 엄마에게 선물해 주기 위해 일을 구하러 길을 나서는 설정이 개연성 있습니다. 반면 <내가 딱이지>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도도하고 냉소적이며 돌봐 주는 주인에게 굽히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순간에도 ‘내가 딱이지!’를 외치는 모습이 딱 어울립니다. <맡겨 주세요>가 반려견 페로의 직업 찾기 그림책이라면, 이번 책 <내가 딱이지>는 고양이 보리의 직업 찾기 그림책으로 서로 짝꿍이 됩니다.
<내가 딱이지> 속에서 보리와 친구의 어울림은 어떨까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다고 한 보리의 모습도 친구 눈에는 최고로 보입니다. 친구는 세상 누구보다 보리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보리 역시 친구의 잔소리마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유일한 고양이고요. 그래서 보리와 친구는 찰떡궁합 단짝이 됩니다.
친구와 보리는 관계는 엄마와 아이 사이 같기도 합니다. 제멋대로인 아이마저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해 주는 엄마, 그 엄마의 진심을 알아주는 아이. 세상에서 가장 ‘딱 맞는’ 관계인 것이죠.
윤진현 작가의 아기자기한 이야기 설정과 사랑스럽고 귀여운 그림은 책 속에서 많은 이야깃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아이들은 여러 번 재미있게 이야기를 읽으며, 훈훈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답니다.
::: 글-그림 윤진현
“보리와 나는 처음에 고양이와 사람으로 만났습니다. 보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답답할 때도 있고, 실수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보리와 함께 지내면서 넌 고양이, 난 사람이라는 구분이 사라지고 가족이 되었습니다. 어떨 때는 내가 고양이 같고, 보리가 사람 같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 책은 보리가 나에게 준 선물 같은 책입니다.”
그 동안 쓰고 그린 책으로 <다다다 다른 별 학교>, <위대한 가족>, <고릴라 할머니>, <내 마음을 보여 줄까?>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