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독자 5세 이상, 모든 연령 | 주제 분류 명상, 휴식, 느림, 천천히, 행복, 산책, 속도, 평온
원제 Hurry up! : A Book about Slowing Down
교과 연계 국어 1학년 2학기 9. 겪은 일을 글로 써요 | 국어 2학년 2학기 11. 상상의 날개를 펴요 | 4. 인물의 마음을 짐작해요
빨리빨리 대신 천천히 천천히 보아야 보이는 것에 관하여
우리는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하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빨리빨리’를 외치며 서두릅니다. 모두 ‘빨리빨리 병’을 앓고 있는 셈이지요. 어린아이들도 자라는 동안 어른들을 통해 빨리빨리 병이 옮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조바심치며 쫓기듯 사느라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잊고 지나치지요. 이 그림책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천, 천, 히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이 얼마나 멋지고, 우리 자신에게는 평온이 차오르는지를 알려 줍니다.
속도를 늦출 때 마주하는 것
『천천히 천천히』는 한 아이가 서둘러 일어나 계단을 뛰어 내려가고 스쿨버스를 향해 달리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눈을 뜬 순간부터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심지어 집에 온 뒤에도 아이는 서두르고, 서두르고, 서두르며 점점 속도를 높입니다. 아이가 한계에 다다를 때쯤, “그만 멈춰!”라는 메시지가 아이를 드디어 멈춥니다. 비로소 아이는 속도를 늦추고, 숨을 고르고, 뒹굴뒹굴 쉬기 시작합니다. 지칠 대로 지친 아이는 서두르지 않자 훨씬 더 행복하고 편안해지지요. 아이가 서두를 때의 조마조마함과 쉴 때의 평온함이 대조되며 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인지 알 수 있답니다.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
『천천히 천천히』는 앞부분과 뒷부분의 이야기 속도가 다릅니다. 앞부분은 ‘빨리빨리’라는 짧은 글로 아이의 바쁜 모습만 이야기합니다. 그림에서도 날아다니는 종이, 줄지어 있는 책상과 의자, 교실 안을 정신없이 오가는 아이들, 줄줄이 늘어선 집, 높이 쌓인 책더미 등을 이용해 정신없고 바쁜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 주지요. 보고만 있어도 심장이 콩닥콩닥 빠르게 뛰고 숨이 차오릅니다.
그런데 아이가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탐험하는 뒷부분에서는 시원시원한 그림과 다채로운 색깔로 화면을 꽉 채웁니다. 그동안 쭉 소리를 지르던 아이도 내내 미소를 짓고요. 아이가 긴장을 풀고 점점 편안해짐에 따라 크림색이던 배경도 싱그러운 초록색에서 차분한 파란색으로 변해갑니다. 속도를 늦추었을 때 마음이 어떻게 회복되는지 그림 책장을 넘기기만 해도 그대로 전해옵니다.
지친 아이들을 초대하는 명상 그림책
작가는 “천천히, 천천히 해도 괜찮아. 잠시 쉬어 가면 어때?”라고 속삭이며 아이들에게 속도를 늦추고, 긴장을 푸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그런데 그 방법은 특별하거나 유별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천천히 숨을 쉬어 보라고 권한 뒤, 느릿느릿 걷고, 새 소리를 듣고, 무지개를 바라보고, 별을 세어 보며 자연 속에서 놀라고 권합니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며 사소한 순간들을 즐기라고요. 바쁜 하루로 힘들거나 지칠 때 산책하러 갈 수 없다면 『천천히 천천히』를 읽어 보세요. 명상을 한 것처럼 마음이 차분하고 평안해진답니다.
■ 케이트 도피락 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피츠버그에서 바쁘게 살았어요. 그러나 남편 조시, 두 아들 조이와 보비,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갖지 못할 정도로 바쁘진 않았답니다. 안타깝게도 작가는 2018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반짝반짝 작은 자동차』,『너는 나의 귀염둥이』등 세상에 남긴 그림책 속에 영원히 살아 있답니다. 『천천히 천천히』는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작가의 첫 그림책이에요.
■ 크리스토퍼 실라스 닐 그림
어린 시절에 무려 일곱 개 지역을 이사 다녔지만, 지금은 미국 뉴욕시의 브루클린에서 살고 있어요. 마감일이 코앞에 다가와 빨리빨리 서두를 때를 빼고는,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바닷가와 도심의 공원, 놀이터를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합니다.『숲 속 동물들이 사는 눈 아래 비밀 나라』,『나무가 바다에게』,『안 먹을 거야』 등의 그림책을 그렸고, 여러 어린이 책 분야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 김세실 옮김
그림책 작가이자 그림책테라피스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밥, 예쁘게 먹겠습니다!』,『아기 구름 울보』,『혼나기 싫어요!』,『달래네 꽃놀이』 등의 그림책에 글을 썼고, 『내 안에 나무』,『아름다운 실수』,『내 마음은』 등 수많은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겼어요. 옮긴이는 여전히 ‘빨리빨리 병’을 앓고 있지만, 이 그림책을 통해서 천천히 보고 천천히 걸으며 삶의 다른 얼굴을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