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놀림받아 속상한 미소는
동물도감에서 카멜레온을 보고 혼잣말을 해요.
“나도 너처럼 숨고 싶다. 감쪽같이!”
그 뒤로 피하고 싶은 순간마다 미소는 보호색이 생겨 위기를 모면합니다.
카멜레온의 능력이 생긴 미소는 행복해질까요?
부끄러움이 많은 미소는 국어 시간에 ‘개나리’를 ‘개다리’로 읽어서 은후에게 놀림을 받아요. 속상한 마음으로 도서실 구석으로 간 미소는 동물도감을 보다가, 카멜레온처럼 눈에 띄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요. 그때, 책 속 카멜레온이 눈알을 뱅글 돌립니다. 그리고 미소에게 이상한 일이 생겨요. 보호색이 생긴 거예요! 깜짝 놀란 엄마는 미소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가지만 의사 선생님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기린이 되는 아이도 있고, 고슴도치가 된 아이도 있다는 말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치료도, 약도 필요 없다고요. 아이들은 왜 동물로 변하는 걸까요? 카멜레온의 능력을 가진 미소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까요?
숨고 싶은 순간, 보호색이!
부끄럼이 많고, 소심하고, 남들의 시선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숨고 싶을 땐, 카멜레온》의 주인공, 미소도 그런 아이예요. 잘하고 싶은데 잘되지 않고, 그러다 보니 더 긴장하게 되지요. 곤란한 순간이 닥치면 눈앞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던 미소는 정말로 그럴 수 있게 되었어요. 도서실 동물도감에서 카멜레온을 본 이후로 보호색이 생긴 거예요! 이 놀라운 능력 덕에 잔소리꾼 엄마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고, 자신을 괴롭히던 은후도 골탕 먹일 수 있게 되었지요. 이제 미소는 모든 게 만족스러울까요?
극복해야 하는 순간,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를!
미소는 <토끼와 자라> 연극에서 ‘오징어’ 역할을 맡았어요. 그런데 몇 줄 되지 않는 대사인데도, 잘 외우지 못해요. 연극 연습 시간도 싫고, 자신을 놀리는 은후는 더더욱 싫어요. 그래서 연극 연습도 은후도 자꾸 피하게 돼요. 그런데 그토록 큰소리 뻥뻥 치던 은후도, 미소와 마찬가지로 잘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요. 남몰래 전전긍긍하면서 노력하고 애쓰고 있다는 것도요. 미소는 앙숙이던 은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용기를 얻어요.
“못할까 봐 겁나고 무서운데 비겁하게 숨기는 싫고. 그런가 보지, 뭐.” - 본문 99쪽
숨어 있는 순간의 편안함과, 힘들지만 당당하게 맞선 이후 얻는 자신감.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미소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마음을 보듬는 따뜻한 글과
아이의 섬세한 감성을 잔잔하게 표현하는 그림
정유선 작가의 세심한 시선이 녹아 있는 《숨고 싶을 땐, 카멜레온》은 독자에게 선택이나 결정을 강요하지 않아요. 곤란한 순간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비난하지 않고, 잘해 내고 싶은 마음을 가만가만 응원해요. 두 마음이 모두 우리 안에 있는 자연스러운 마음임을 말하는 동시에, 한 발 뒤로 물러남으로써, 찬찬히 생각하고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아이들을 도닥여 주지요. 그리고 주춤거렸던 발을 다시 앞으로 내밀 때,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요.
글에 대한 깊은 이해로, 탁월한 이미지 서사를 구축하는 신민재 작가의 능력은 이 작품에서도 빛나고 있어요. 선이나 색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고 서서히 퍼져나가듯 그려진 그림은 작품의 의도를 더욱 잘 전달하고 있지요. 주변의 색과 비슷해지는 보호색, 서서히 변화해 가는 미소의 상황이 그림과 어우러지면서 작품의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답니다.
::: 글 정유선
작고 평범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에 〈엄마, 어디야〉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아동청소년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쓴 책으로 《꼬리 감춘 가족》 《열정페이는 개나 줘》(공저) 등이 있습니다.
::: 그림 신민재
우리 집 막둥이인 고양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고양이로 변신해서 알고 싶은 마음이 가끔 듭니다. 《안녕, 외톨이》 《언니는 돼지야》 《나무가 사라진 날》 《어서 와요, 달평 씨》를 쓰고 그렸으며 《잘못 걸린 선생님》을 비롯한 ‘잘못’ 시리즈와 《가을이네 장 담그기》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